"민대리가 100kg이 넘었다고!?"
물을 따르던 컵까지 엎었다. 너무 크게 나온 제 목소리에 놀란 당신은 허둥지둥 냅킨으로 테이블을 닦으며 '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 속사포랩을 쐈다.
셰이크 먹다가 성격 버릴 것 같다며 당신이 내민 다이어트 포기 벌금 2만 원을 안 받겠다는 민대리에게 점심을 사던 자리였다. 다이어트 실패가 거의 루틴인데 왜 이리 이번에는 속이 쓰리냐며 "요즘은 왜 뚱뚱한 사람이 없어. 나만 이래"라는 당신의 불평에 민대리는 "뚱뚱한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뚱뚱해서 집 안에서 못 나오는 거예요."라고 싸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겁나 못되게 굴거든요."
@ pixabay 통통하다로 시작했는데 '초고도비만'이라는 다섯 글자가 어느 순간부터 신체 검사지에 적혔다. 중 2 어느 날 아침 발 밑 저울에 102라는 숫자가 보였다. 어딜 가나 살짝 당혹스러워하는 눈빛이 한참 예민할 사춘기 민대리에게 달라붙었다. 눈이 마주치면 대부분은 난처해했고 마치 그래도 된다는 듯 되려 경멸의 눈빛을 보내는 또래도 있었다.
그저 뚱뚱하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던 학창 시절은 혼자 한 공부와 다이어트 말고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다른 길로 함께 빠질 친구가 없어 어려움 없이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대학 가면 펼쳐질 거라던 연애와 새로운 인생은 마른 애들한테만 해당되는 소리였다.
인형처럼 귀엽다는 뚱뚱하다의 다른 표현이었다. 보통 그런 문장 속 인형은 바비인형을 뜻했지만 민대리에게 쓰일 때는 봉제인형이었다. 좀 둥글다 싶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돌아가면서 별명이 됐다. 살이 찌면 이목구비가 묻혀 다들 비슷해 보인다. 처음 간 식당의 각기 다른 사장님은 오늘도 왔냐며 아는 척을 했다. 자신보다 10살은 많아 보이던 약국 여자는 대학생 민대리를 볼 때마다 "어머님, 오셨어요?"하고 반겼고 속으로 욕을 하는 그녀의 등에 대고 싹싹하게 "어머님, 들어가세요~" 외쳤다.
늘 다이어트 중이었다. 도대체 몇 종류의 다이어트를 시도해 봤을까. 어떻게 해도 80kg 밑으로 떨어지질 않았다. 살짝 방심하면 찌는 건 금방이었다. 시지프스의 돌처럼 끝도 없이 반복하고 있기가 지긋지긋했다.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하루 종일 탄수화물은 잡곡밥 반공기만 먹었다. 일주일 7일을 4-5시간씩 운동을 했다. 그러나 식욕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밤에 누우면 먹고 싶은 음식들이 눈앞에 떠다녔고 나지 않는 냄새를 맡을 때는 눈물이 났다. 먹지 않기 위해 초저녁부터 잠잘 준비를 하는 자신에게 족발 먹을 거냐고 묻는 오빠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달 만에 20kg을 감량한 대가로 조울증을 얻었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사람의 신경은 무섭게 날이 선다. 나오기 싫다는 친구들을 들쑤셔 약속을 잡아놓고 만나기로 한 장소 코앞에서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아 "나 오늘 못 나가"라는 문자만 보내 놓고 전화기를 꺼놓기 몇 차례. 어느 날짜를 말해도 친구들은 약속이 있다고 했다. 자기 관리를 못하니까 살이 찌는 거라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있던 동기에게 뛰어들어 네가 뭘 아냐며 악다구니를 한 후 조별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수업에서 아무도 민대리를 끼워주지 않았다. 결국 휴학을 하고 동기들이 모두 졸업하기를 기다렸다.
어느 날 웨이트 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구토가 올라왔다. 운동을 쉬고 나를 위한 음식이라며 조금 먹기 시작하자 그동안 눌렀던 식욕은 폭발했고 그토록 힘들게 줄인 몸무게도 오르기 시작했다.
위절제술을 알아봤다. 스스로의 정신력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건 불가능했다. 미쳤냐며 등을 후려친 엄마 앞에서 이 상태로 취업이 될 것 같냐며 미친 듯이 날뛰다 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엄마는 아빠의 퇴직금으로 수술비를 결제해 주었다. 위절제술에 이어 순차적으로 세 군데의 지방흡입을 한 후 압박붕대로 피멍으로 덮인 전신을 감은 채 반년을 보내고 그토록 염원하던 '보통 여자의 몸'을 획득한 그녀는 자신에게 한껏 친절해진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시술한다고 살이 도로 안 찌는 건 아니에요. 위도 조금씩 늘고요. 해보니까 그나마 팔뚝살 흡입이 제일 효과가 오래가더라고요. 가장 덜 아프기도 하고요. 쇄골이 보이고 팔이 가늘면 일단 날씬해 보여요. 다른 곳은 옷으로 커버가 가능하거든요." 민대리는 드라마틱한 자신의 옛이야기를 어제 본 드라마 줄거리 이야기해 주듯 담담하게 쭉 읊어주고는 마지막은 팔뚝 지방흡입술을 권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pixabay 욕실 거울에 비친 몸을 한참을 들여다보다 나와 '지방흡입술'을 검색하는 당신.
부작용만 찾아보려 했으나 효과와 비포 애프터 사진에 마음을 빼앗긴다. 내친김에 비용까지 알아본 당신은 '정리 업체 비용이랑 비슷하네'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