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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r 25. 2022

작은 집, 조금 더 넓어 보였으면 한다면

사지가 편하거나, 눈이 편하거나. 어쨌든

 어떻게 해도 넓지는 않다. '넓다'면 그건 작은 집이 아닌 거다. 하지만 조금 신경을 쓰고 조금 부지런하면 작은 집도 조금 더 넓어 보일 수 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손 닿는 곳에 물건이 나와 있으면 몸이 편하다. '내 몸이 편한가'는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작은 집에서 내 손 뻗는 곳마다 물건을 놓기 시작하면 눈이 불편하다. 어떨 때는 쓸 수 있는 공간이 없어져 행동도 불편해진다. 주방에 조리도구를  다 꺼내놓고 쓰면 편하다. 수선하다. 조리할 공간도 없다.


왼)이사 직후 주방. 정신이 사납다    오)오늘 주방


 전체 공간에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공간은 넓어 보인다. 빈 벽과 빈 바닥을 사수하고  물건은 가능하면 보이지 않게 수납한다. 물건이 나와 있어도 보기 좋은 건 공간은 고 물건은 적은 경우다. 원목 책장에 소품과 책을 꽂아 두거나, 주방 상부장 대신 하얀 선반을 지르고 주방 품들을 진열 인테리어 사진들을 기억해 보라. 물건과 물건 사이가 아주 넓다. 선반 하나에 소품 하나. 이런 식이다. 공간이 작은 집에서는 가능하면 안으로 넣고 표면은 비운다. 선반이나 투명한 것보다는 문을 닫아 가리는 것, 서랍이 있거나 상판 밑에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을 택한.


 오늘 영 피곤하다 싶으면 '눈에 넓게 보이는 표면'만 치운다. 테이블과 싱크대, 수납장 위만 치운다 다른데 다 쑤셔 넣었을지언정, 훨씬 더 깨끗해 보인다.(지금 당장 거실의 가장 넓은 상판 세 군데 비워보라. 아! 하게 된다)


 자잘한데 은근 효과 있는 것도 있다. 인테리어 잡지 속 집처럼 세제나 욕실 용품을 일일이 디스펜서에 담아쓰면 다. 하지만 리필제품이라면 모를까, 원래 용기가 있는데 디스펜서에 따로 덜어 쓰면 물건 수도 늘어나고 매번 바짝 말려 써야 하니 귀찮다. 환경을 위해 겉 포장지를 쉽게 벗길 수 있게 나오는 제품을 선택해서 미리 포장을 뜯어내고 쓴다. 분리수거할 때 할 일을 미리 하는 것만으로도 욕실과 주방이 확실히 정돈되어 보인다.


위) 테이블 위만 깨끗해도, 집이 넓어 보인다. 왼) 포장지만 뜯은 거다. 오) 보이지 않는 문을 선호한다. 안이 이래도  문을 닫으면 된다

 이지 않게 넣어두고 매번 꺼내 쓰는 건 귀찮다. 자주 쓰는 것일수록 그렇다. 물을 끓일 때마다 주전자를 꺼내 쓴다.  충전기 선이 보기 싫어 서랍에 어 두고 쓴다. 올려 두고 쓰면 편할 테다. 그런데 눈에 거슬리고 마음이 불편하다. 절충안으로 집에 굴러다니는 노랑 고무줄로 선을 정리하고 덜 보이게 뒤편으로 넣어 둔다. 그것도 기 싫어 평소에는 충전 플러그만 꽂아두고  필요할 때 선 기기 꽂아 쓴다. 벽지가 흰색이니 흰색으로 꽂는다. 사지가 덜 편해도 눈이 편한 것을 택한다. 눈이 편해야 마음이 편하다.

위) 오른쪽으로 갈수록 몸은 불편하고, 눈은 편하다  아래) 사소한 것들을 신경 쓰면 조금 더  깔끔해 보인다

 물론, 쉬운 방법도 있다. 나와 있어도 눈이 편한, 나아가 볼 때마다 즐거운 '딱 내 취향의 물건'을 두면 된다. 앞 단정한 나무 문이 려 있뒤에 작은 구멍이 나 있는 수납장은 그 안에 충전기넣어 콘센트에 연결해 문만 아 놓으면 심신이 즐거울 테다. 그 자체로 인테리어 소품이라 광고하는 하얗고 매끈한 선주전자 려두고  슬리지 않을 것 같다.(단, 통장 잔고가 나의 마음을 아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세히 아는  물론, 계속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멀쩡한 주전자를 버리고 새로 사기는 마음이 편치 않다. 주전자가 고장 나길 내심 기다리며 두 번 쓰면 한번 정도, 덜 귀찮을 때 넣고 있는 현재 상태가 마음이 편하다. 43% 세일에 심히 동요했지만 결국 나무 장을 사지 않은 것도 테이블을 버리기 위해 들노력이 귀찮아서, 또 그럴 거라면 차라리 테이블만큼의 공간을 얻는 게 더 내 마음이 편하겠다 싶어이다.


 내 마음이 더 좋고 편한 것, 그것이 선택의 기준이다. 지금은  부지런하게 움직여 조금 더 넓어 보이는 공간을 누리는 것이 좋다. 귀찮은 날에는 그대로 꺼내 두면 되는 것이고, 만약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좋은 물건을 올려 두는 게 좋겠거나, 정말 힘든 하루를 잘 버틴 내가 기특해서 선물을 주고 싶거나, 공간에 꼭 변화를 주고 싶어 좀이 쑤시는 날이 오면, 그때 사서 내 마음을 아주 기쁘게 해 줘도 된다.


 내가 머무르는 나의 공간이고,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이다. 지금 나의 공간이 반드시 완벽한 상태일 필요도 없. 사지가 편하거나, 눈이 편하거나. 어쨌든 지금 내 마음이 가장 편한 방법을 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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