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에 대한 편견

인도의 거리_잔뜩 흐린 날

by 박소민

잔뜩 흐린 날의 인도 거리. 어디서나 바삐 움직이며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노점을 지키는 이들의 모습은 내 시선을 잡아끈다. 평소라면 이글거리는 태양빛 아래 그들은 까만 얼굴에 하얀 이를 환하게 드러내며 웃곤 했다. 까맣게 탄 피부와 선명한 흰 치아가 만들어내는 그들의 웃음은 묘하게 나를 안도하게 했다. 그들의 표정이 웃겨서인지, 그들의 웃음이 나에게 전파가 된 건지, 그들이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웃음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들이 고단한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 어쩌면 내게는 큰 위안이었다.

오늘처럼 흐린 날이면 그들의 웃음은 나에게 다르게 느껴졌다. 하늘은 잿빛으로 힘없이 가라앉아 있고 따사롭던 태양 빛은 자취를 감췄다. 달라진 건 빛나는 태양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뿐이다. 거리의 풍경은 변함이 없었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묘한 슬픔이 밀려왔다. 그들의 웃음이 여전히 환했지만, 그 웃음 속에 어딘가 모를 쓸쓸함이 스며든 것처럼 느껴졌다. 태양과 함께 이글거리던 생동감이 사라지자 나는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게는 밝은 태양만이 그들의 행복을 증명할 수 있는 기준이었던 걸까. 태양만 받아들일 줄 아는, 흐린 구름을 즐길 줄 모르는 나의 편견은 아닐까.

생각해 보니 흐린 날을 즐길 줄 모르는 것은 나뿐이었다. 태양이 가려진 회색 하늘 아래에서도 여전히 웃고 있는 그들은 변함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흐림을 핑계로 나는 그들의 강인함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태양에만 너무 많이 기대어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빛이 없으면 불안해지고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습관. 그들이 나에게 삶의 또 다른 방식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서 흐린 날씨를 품을 여유를 가져야겠노라고, 잔뜩 구름이 낀 하늘 아래에서도 웃을 수 있는 그들의 모습처럼, 어떤 날씨 속에서도 삶의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는 내가 되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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