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노숙자에게서 마주한 인간의 끝과 연민의 시작.
도로 한쪽, 쓰레기 더미 옆에 한 남자가 누워 있었다.
피로 얼룩진 옷, 검게 그을린 얼굴,
그리고 유난히 눈에 밟히던 그의 잃어버린 한쪽 뺨
불에 그을린 듯, 살갗이 일어나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발을 멈췄다.
숨을 들이마시기도, 눈을 돌리기도 어려웠다.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은 이미 ‘사람’이라기보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그림자’ 같았다.
엠블런스 한 대, 경찰차 한 대,
그 주변에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누군가는 팔짱을 낀 채 한참을 바라보다 그냥 지나쳤다.
누구도 그를 어찌하지 못했다.
엠블런스는 그를 실어 나르지 않았다.
데려가도 돈을 지불할 수 없기 때문일까
경찰 역시 거주지가 없는 그를 쉽게 데려가지 못했다.
그렇게 모두는 각자의 이유로 그를 ‘두고’ 있었다
나 역시 그랬다.
그가 살아 있는지, 이미 세상을 떠난 건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니,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그를 바라봤다.
그의 뺨에는 피가 말라붙어 있었고,
입가에는 아주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죽음 앞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그 얼굴은 낯설게도 평온해 보였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연민, 두려움, 그리고 부끄러움.
지금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보다 조금 더 나은 곳에 서 있었고,
그 사실이 너무 불공평하고 잔인하게 느껴졌다.
‘포기’란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잃고, 기대조차 사라질 때
비로소 찾아오는 평온함.
누구에게는 절망이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세상의 고통으로부터의 마지막 해방.
나는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채
그 남자의 얼굴을 마음에 새겼다.
언젠가 내 삶도 그처럼 고요한 포기의 끝자락에 닿게될까,
여전히 무엇인가를 붙잡고 몸부림칠까.
길 위의 사람들은 여전히 분주했다.
차들이 지나가고, 경적 소리들로 시끄러웠다.
그 모든 일상의 소음 속에서도
그 남자의 고요한 얼굴만이
나의 하루를 잠식해 갔다.
모든 걸 잃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맑은 눈빛의 살아 있던 남자.
그의 눈빛이 오래도록 나를 괴롭히고,
또 오래도록 나를 깨우게 될 것임을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