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으로 당일치기 최고의 가성비 여행하기
라스팔마스의 일상에 익숙해져 문득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남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바다가 보이는 버스에 몸을 싣는 것만으로 기분전환이 되지만, 남쪽의 태양의 낭만과 여유를 덤으로 느끼고 올 수 있는, 뚜벅이 여행자들을 위한 마스팔로마스 여행 꿀팁을 정리해 보았다.
마스팔로마스 등대(Faro de Maspalomas)로 향하는 Global Bus 30번 (Express), 이 파란 버스가 우리를 따뜻한 태양의 도시인 마스팔로마스로 데려다줄 것이다.
1. 여유를 선점하는 방법 (산타 카탈리나 출발)
여행의 시작부터 서서 가는 고단함을 겪고 싶지 않다면, 산타 카탈리나 공원 (Estación Santa Catalina) 지하 터미널로 향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산타 카타리나 공원이 기점이기 때문이다. 텅 빈 버스에 올라타 원하는 자리를 고르는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좌석이 이미 정해져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선착순이기에 더욱이 여기서 타야 한다. 다음 정거장인 산 텔모(San Telmo)에서는 이미 만석인 버스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위치: 공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만나는 지하 터미널(Intercambiador), 그중에서도 22~23번 승강장이 우리의 출발지다.
2. 창문 너머의 바다 (좌석 꿀팁)
버스에 오르면 망설이지 말고 "운전석 뒷라인, 왼쪽 창가 자리"를 사수하자.
버스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창밖으로는 시원한 대서양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3. 버스 배차간격과 결제
시간: 평일은 20분, 주말은 30분 간격. 급행이라 생각보다 금방 우리 곁으로 온다(소요시간 1시간 정도).
결제: 복잡한 표는 필요 없다. 주머니 속 마스터카드(컨택리스) 한 장이면 된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인데 별도의 버스카드를 살 필요는 없었다(현금도 가능하나, 거스름돈이 많이 필요한 큰 단위 화폐는 피할 것. 버스가격은 6.80유로 정도였던 듯)
##탑승꿀팁 : 목적지 말하고 카드 태그하기
스페인에서는 무조건 Hola(올라)로 인사를 해야 한다. 그 후 기사님에게 목적지와 타는 사람 수를 말하자. "Al Faro de Maspalomas, dos, por favor." (알 파로 데 마스팔로마스, 도스[2명], 포르 파보르) 기사님이 요금을 입력하면 그 후에 카드를 '삑' 태그 해야 한다.
여행의 리듬: 정해진 순서는 없다. 배가 고프다면 바다 맛을 먼저 보고, 걷고 싶다면 모래를 먼저 밟으면 그만이다.
버스에서 내려 고개를 들면, 19세기부터 묵묵히 이 자리를 지켜온 거대한 등대가 우리를 반긴다. 야자수와 새파란 하늘, 그리고 등대. 이 완벽한 피사체 앞에서 "나 지금 여기 있어"라는 기록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등대 옆,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숨을 고르는 호수 '라 차르카(La Charca)'를 따라 걸어보자.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모래언덕(Dunes)은 마치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떨어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쪽엔 황금빛 사막, 한쪽엔 푸른 대서양. 이 비현실적인 풍경 속을 걷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질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풍경도 배가 불러야 더 빛나는 법.
뷰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곳이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쪽 자리에 앉으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바다가 보이는 편이다.
추천 메뉴: 입안 가득 육즙이 퍼지는 와규 버거와 신선함을 머금은 사케 롤(연어 롤). 여기에 얼음 동동 띄운 제로 콜라 한 잔이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분위기: 테라스에 앉아 파도 소리를 BGM 삼아 식사를 즐겨보자. (2인 약 60유로 정도, 조금 비싼가 싶다가도 눈앞의 바다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배를 채웠다면 등대 반대편 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본다. 잘 정돈된 산책로 옆으로 럭셔리한 리조트들이 늘어서 있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상쾌하다. 소화도 시킬 겸, 여유로운 오후의 햇살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이다.
이곳만큼은 꼭 가보기를 권한다. (강력 추천)
산책 끝에 멜로네라스의 랜드마크, 로페산 코스타 멜로네라스 호텔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추천 이유: 으리으리한 호텔 정원과 춤추는 분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잠시나마 귀족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놀랍게도 가격은 소박하다. 5성급 호텔의 분위기를 누리는데 동네 카페 수준의 가격(커피가 무려 3유로)이라니, 계산서를 받아 들고 미소 짓게 될지도 모른다. 달콤한 비스킷과 함께하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이것이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사치가 아닐까.
이 여행의 끝판왕이자, 우리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다.
탄생의 비밀: 수천 년 동안 대서양의 바람이 실어 나른 모래와 잘게 부서진 조개껍데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자연의 조각품(정확한 사실인지는 모름)이다.
일몰의 시간: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사막으로 가자. 황금빛 모래언덕은 태양의 각도에 따라 붉은빛으로, 그리고 보랏빛으로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는다. 부드러운 모래 능선에 앉아 대서양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 이보다 더 완벽하고 낭만적인 하루의 마무리가 또 있을까.
옷차림: 남쪽의 태양은 생각보다 뜨겁고 강렬하다.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수품이고, 사진 속 내 모습을 위해 밝은 옷을 입는다면 더 근사한 추억이 남을 것이다.
신발: 모래사장도 밟고 긴 산책로도 걸으려면, 역시 발이 편한 신발이 최고의 친구다. (사막에 들어갈 땐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의 감촉을 느껴보는 것도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 (중요!):
내렸던 곳에서 다시 30번 버스를 기다린다.
주의할 점: 돌아오는 버스의 종점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출발했던 산타 카탈리나(Santa Catalina)까지 갈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산 텔모(San Telmo)에서 멈출 수도 있다.
버스 앞 전광판을 확인하거나, 탑승할 때 기사님께 "산타 카탈리나?" 하고 슬쩍 물어보는 센스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디에 내리든 그란카나리아의 밤은 당신을 포근하게 맞아주겠지만...
윤식당으로 그란카나리아제도의 "테네리페"섬이 유명해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란카나리아 제도의 마스팔로마스도 한번 와 볼만하다. 한국인들에게는 거리 때문인지 잘 안 알려진 곳이지만, 여기는 유럽의 사람들이 휴양하러 오는 유명한 곳이다.
안타까운 것은 지나가다 보면 대부분 어르신들뿐 이라는 것이다. 젊을 땐 시간과 돈의 여유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인생의 여행길에서 너무 늦지 않게 한 번쯤 이곳을 들려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