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를 거쳐 알려드리는 스페인 커피의 세계
스페인의 따스한 햇살 아래, 걷다 지친 여행자에게 가장 간절한 건 당, 그리고 카페인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라스팔마스의 로컬 카페에 들어와 익숙하게 메뉴판을 훑지만, 그곳에는 우리가 알던 '그 맛'이 없다.
한국과는 다른 커피맛과 주문방식으로 적지 않게 당황하면서 알아낸 스페인 카페 문화(라스팔마스 경험담)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처음엔 당연히 "Chocolate(초콜라떼)"가 핫초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 있게 주문한 내 앞에 놓인 건,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숟가락이 꽂힐 듯 꾸덕꾸덕한 '초코 죽'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에서 '초콜라떼'는 추로스를 찍어 먹는 딥핑 소스였던 것.
몇 번의 실패와 관찰 끝에 드디어 깨달았다. 우리가 아는 그 달달하고 목 넘김 좋은 코코아를 마시려면, 암호 같은 단어를 외쳐야 한다는 사실을.
"콜라 까오(Cola Cao)!"
이 주문을 외치면 웨이터는 따뜻한 우유 한 잔과 노란색 가루 봉지를 툭 던져준다. 한국의 '제티'나 '네스퀵'과 똑같은 이 녀석을 직접 우유에 타 먹어야 비로소 우리가 찾던 그 맛이 난다. 꾸덕한 죽이 싫다면 꼭 기억하자. 스페인에서 코코아의 정답은 '노란 봉지'의 콜라 까오다.
노란 봉지로 당을 채웠다면, 이제는 카페인의 차례다. 하지만 이곳엔 거대한 플라스틱 컵에 얼음을 가득 채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다. 스타벅스가 아닌 로컬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건, 김밥천국에서 파스타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스페인의 커피 주문법은 조금 더 섬세하고, 조금 더 진하다. 말로만 들어선 감이 잘 안 올 테니, 아래 그림을 보며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가장 왼쪽의 '카페 솔로(Café Solo)'는 스페인 커피의 기본이다. 물을 타지 않은 에스프레소 원액 그대로다. "너무 쓰지 않을까?" 싶지만, 스페인 원두는 산미가 적고 고소해서 설탕 한 봉지를 털어 넣고 휘저어 마시면 진한 다크 초콜릿 같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내 입맛엔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가 최고다.
두 번째,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머그잔에 담긴 '카페 꼰 레체(Café con Leche)'. 한국의 라테와 비슷해 보이지만, 우유 거품보다는 따뜻하게 데운 우유(Steamed Milk)의 비중이 높고 커피가 ‘우유와 함께한 커피’란 뜻으로, (에스프레소 1: 따뜻한 우유 1 비율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아침 식사 때 크루아상이나 빵과 함께 든든하게 마시는 부드러운 친구다.
세 번째, 그 옆의 작은 유리잔은 '꼬르따도(Cortado)'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아주 조금, 딱 쓴맛만 잡을 정도로 '끊어서(Cortar)' 넣은 것이다. 식후에 배는 부른데 커피는 마시고 싶을 때,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메뉴다. 작지만 강력해서 깔끔하게 입가심하기 완벽하다.
마지막으로, "난 죽어도 아이스야!"라고 외치는 당신을 위한 '카페 꼰 이엘로(Café con Hielo)'. 그림처럼 뜨거운 커피와 얼음 잔을 따로 준다. 뜨거운 커피에 설탕을 녹인 뒤, 직접 얼음 잔에 콸콸 부어 마시는 것이 이곳의 국룰. 붓다가 식탁에 조금 흘려도 괜찮다. 그게 스페인 여름의 낭만이니까.
커피를 잘 모르고 즐기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까진 스페인 까페의 커피맛의 참맛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까페에 가서 나처럼 커피종류가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을 몰라서 당황하지 않으려면, 저 정도의 커피상식은 알고가는것이 스페인을 즐기는 기본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