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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Dec 17. 2022

나를 싫어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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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안 맞는다는 느낌은 낯설었다. 최근에, 어떤 대화를 하다가 그 사람이 문득 생각나서, 이야기를 해보았다.

그 사람이 내게 보내 준 하트가 들어간 장문의 편지를 읽어도 어딘가 텅 빈 느낌이 계속 느껴지고 거리감은 지금까지 느끼고 있었다고.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지냈으면서 편지에는 '추억'이 담겨있지 않았다. 형식적인 말들을 길게 풀어서 쓴 편지였다. 다른 이가 쓴 편지는 내 이름을 틀렸지만, 그 속에 나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알고 있었다. 첫 만남부터 그 사람은 나에게 어떤 칭찬을 해주지 않았다. 다른 이에게 '예쁘다'라는 말을 10번 하는 동안에 그 사람은 옆에 있는 나를 밀어버렸다.

힘들었다. 이유 없는 미움이었으니까. 내가 해준 위로에 '고맙다'라고 답했던 그 사람은 나중에서야 '고맙지 않았다'라고 진실된 답을 해주었다. 나의 어떤 일부분에 결핍이었다면 맞추어가면 되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를 싫어하던 이에게 아무리 맞춰도 헛돌고 다시 고장 날 뿐인 관계였다.


그 사람과 멀어지고 나서야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 제일 좋아하는 것을 먼저 보고 안아주는 따뜻한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니까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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