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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Dec 13. 2022

첫눈 오는 날

작은 기쁨을 아는 사람

아침 7시 25분. 출근을 하기 위해 알람을 듣고 눈을 떴다. 가장 먼저 중요한 연락이 왔는지 확인부터 한다.


[눈 온다!!]


친구의 들뜬 마음이 메시지 너머로 들리는 듯했다. 어? 눈이 온다고?

잠가놓은 창문을 열고 밖을 살펴보는데 눈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나하고 집 문을 열고 아파트 밖으로 나와봤다. 하얀 알갱이 하나가 눈앞에서 보였다가 사라졌다. 눈이었다. 비유하자면, 개미 코딱지만 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 정도 눈으로 기뻐하기에 기대했던 게 컸던 것만 같아. 어느 정도 쌓인 눈.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눈이 그리웠다. 실망하면서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50-6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아~눈이다!! 눈이 와!!'

'펄펄 눈이 옵니다~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저분은 눈이 와서 너무 즐겁나 보다. 나랑 다른 반응이 그저 처음에는 웃겼다. 친구에게 이 상황을 말해줬고 만화로 그리고 싶어 졌다. 처음에 '웃긴 상황'이라고만 생각해서 그렸지만, 누군가에게 아주 짧게 내리는 눈마저도 기쁨이 아녔을까. 내게 사소해 보이는 게 누군가에게 기쁨으로 다가왔을 거고 사소함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힘을 가진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기쁨을 아는 사람은 그 기쁨을 나눠주는 법도 알지 않을까? 작고 적은 눈이 내리는 날에도 즐거움이 담긴 노래를 통해 나를 웃게 해 준 그 아저씨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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