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처음으로 능소화를 보았다. 주황색 빛깔이 파스텔톤으로 물든 예쁜 꽃이었다. 6월에 본 능소화는 9월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피어나 있었다. '너는 강하구나' 문득 드는 생각이었다.
졸업을 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취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지쳐가던 날들 있었지만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능소화를 보니 닮고 싶었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가던 꽃이다. 365일 중 가장 더운 날에 피어나는 능소화는 더위에 유난히약한 내가 좀 더 걷을 수 있게 해주는 이유가 되었다.
올해도 능소화는 피었다. 이상하게도 작년만큼 오래
피어있지 못했다. 일주일 전에는 만개했던 능소화는
하루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니 사라져 있었다. 능소화가 시든 자리에는 잠깐 머물고 갔다는 의미로 꽃잎 몇 개만이 남아있었다. 잘 버티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가끔은 강하지 않는 날이 있겠지. 이 모습마저도 내게 잔잔한 위로를 준다. 그래도 피어올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