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여전히 푸른 나뭇가지 하나가 낯선 바닥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직 살아 있는 빛인데, 있을 자리가 아닌 곳에 머물러 있었다. 비 온 뒤의 맑음이, 더없이 선명했다.
꺾였지만 여전히 푸른 가지.
자리를 잃었는데도 빛을 머금고 있었다.
먹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표현의 한계를 마주할 때마다, 글을 씁니다. 사유하고 깊어지고 맑아지는 순간을 마주하며,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