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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아래, 떨어지는 존재들에게 배운다.

Under the autumn sunlight, I learn from

by 최소정


가지치기를 하는 나무 아래, 색과 향이 가장 짙어진 모과들이 떨어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가지치기란, 나무가 더 건강하게 자라기 위한 비워냄의 과정이다.


열매도, 단풍도 마찬가지다.

비로소 완전해지는 순간, 자연스레 떨어진다.

그건 소멸이 아니라 순환의 시작이다.


억지로 머무르지 않고, 절정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

그건 흐름에 순응하는 용기이자, 떨어질 때를 알아차리는 지혜다.


그래서 나는 늘 산을 오르며 마주하는 절정을 좋아했다. 오르는 자만이 마주할 수 있는 절경까지도. 그러나 정상은 오래 머무는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비로소 그 여정이 완성된다.


가을 햇살 아래, 떨어진 모과들을 바라보았다. 색과 향이 가장 짙어진 순간, 가지에서 스스로 내려온 열매들. 완전함에 이르렀기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내려온 그 모습이 마치 정상에 오른 후 다시 걸음을 돌려 내려오는 사람 같았다.


누군가의 가지치기로 떨어졌든, 스스로의 무게로 내려왔든 결국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길 위에 있다.


붙잡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너무 가까이 당기려 할수록 더 멀어지고, 멀리 밀어내려 할수록 오히려 더 크게 마주하게 된다. 그러니 각자는 자기의 빛으로 살아야 한다.



떨어진 모과가 남긴 향처럼

자신이 걷는 길 위로 결이 남고

그 향은 감출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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