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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달콤 Jan 08. 2021

#3. 가장 힘들었던 그날.

나의 난임 storY#3

시험관 시술을 하게 되면 먼저 과배란 유도제 처방을 받아 직접 배 주사를 놓으면 된다. 매일매일 아침마다 출근하기 전 남편의 도움을 받아 배 주사를 맞으며 조금의 기대감을 가지며 시간을 보냈다.


간단하게 시험관 시술에 대해 알아본다면,


Q. 시험관 시술이란?

A. 난자와 정자를 채취 후 수정시켜 수정란을 만들고, 수정란을 배양시켜 배아를 형성한 다음 이를 자궁에 주입하여 착상시킴으로써 임신이 되게 하는 시술


Q. 시험관 시술 과정은?

A.   1) 과배란 유도 : 배란유도제를 투여하여 여러 개의 난자를 성숙시키는 과배란 유도

      2) 난자 채취 : 여러 개 난자 성숙된 것을 확인 후 가벼운 마취하에 난자 채취

      3) 정자 채취 및 정자 준비

      4) 체외수정 : 채취 한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시키는 체외 수정

      5) 배아 이식 : 수정란 수 일간(2~5일) 배양하여 건강한 배아를 선택, 자궁내부에 배아를 넣어주는 배아 이식



난자를 채취하기 전에 난자가 몇 개 자랐는지 확인하는 첫날.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엔 자주 왔던 터라 익숙하게 초음파 진료를 준비했다. 그리고 담당 원장님의 한마디,


"흠..... 오른쪽에 한 개만 보이네요."


평균적으로 과배란 유도제 주사를 처방하면  정상 반응 범위는 자 개수가 6~14개 정도인데,  래도 용량을 MAX로 처방해서 양쪽 난소가 모두 반응을 해주길 바랬는데 오른쪽에 한 개만 보인다는 난포(난자). 원래 과배란 유도를 하지 않고 정상적인 배란기에도 난자 한 개는 나오는 건데, 나는 과배란 유도제 용량을 최대한으로 처방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개만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마저도 자라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매우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


"일단 조금 더 지켜본 후 추가 주사를 맞을지 다음 진료 때 결정하죠."


충격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배란일에 한 개는 원래 자라는 난자개수인데, 난 과배란 주사 용량을 최대한으로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개라니.. 그것도 자라는 속도 또한 더디 때문에 시험관 시술을 하는데 조금 힘들 수 있다는 병원 원장님의 말씀. 채취 또한 난포가 자라는 속도를 지켜봐야겠지만 채취 날짜도 예상보다 더 연기될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씀해주시며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며 위로를 해주시는 담당 원장님을 뒤로한 채,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왜..? 도대체 왜?

이렇게 노력했는데..'

 

시험관 시술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멘 관리를 잘해야겠다 다짐했지만 이날 처음으로 무너다. 진료 결과가 궁금했던 남편에게 전화가 와서 일단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눈물이 났다. 사람들이 볼까 터지려는 눈물을 꾹꾹 참으며 힘겹게 집에 왔다. 그리고 이날 난 그동안의 참았던 슬픔과 불안을 다 토해냈다. 시험관 시술 시작 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날이었다. 사실 처음 난임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도 잠시 충격이었지만 그래도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 하는 믿음으로 최대한 긍정적 생각만 하면서 지냈는데, 이날은 나의 멘탈을 다독이기 힘들었다.

@Photo by Naomi August on Unsplash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그래서 열심히 운동도 하고 술도 줄였는데, 왜 왜... 

혼자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자 더 깊숙이 우울함에 빠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로 혼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 오랜만에 핸드폰을 붙잡고 엉엉 울었다. 항상 나보다 더 어른스러웠던 친구는 자신의 슬픔처럼 같이 눈물 흘려주며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위로를 해주었다.

그리고 매일 눈팅만 하다가 맘 카페에 처음으로 올린 글의 답글 또한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실제로 채취하는 날 난자 개수가 달라질 수 있으니 희망을 가지세요.'


나보다 더 많은 좌절과 슬픔들을 먼저 겪었던 그들의 위로에 안심이 되었다.


참, 인생은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 같다. 지금 난 인생은 내뜻대로 절대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10대 20대 그때는 참 별거 아닌 일로 힘들어하고 그게 인생의 전부로 알았던 날들. 또한 그러한 걱정들과 고민들을 술 한잔에 친구들과의 수다로 풀어나갔던 날들. 하지만 30대가 되고 보니 점점 감당해야 하는 고민들의 무게가 늘어가고, 혼자 견디고 참아야 하는 일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제 각자 마음속에 어느 정도 자신만의 고민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철없던 나에서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법을 배워가는 가 보다.


그래도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니 다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 아직 시작이니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니 무너지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보자.라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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