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준비된 이별을 하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비된 이별보단 준비되지 않았던, 뜻하지 않은 이별을 경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에게도 그런 이별이 있었다. 나의 최애 조언자이자 협력자, 멘토이며 롤모델이었던 그분이 3여 년 전, 정확히 글을 쓰고 있는 현시점 1138일 전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신 채 이제는 다시 볼 수도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곳으로 소풍을 떠났다.
그녀의 외출을 기념하기보단 어느 날 갑자기 의지했던, 나의 기준이었던, 어느 날은 묵묵히 아무 말 없이 따뜻한 집밥 한 끼로 아무 말 없이 나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던 우리 곁의 소중한 누군가가 없어졌을 때 난감하고 삶에 대한 의지가 없어지고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방황하고 의지박약해지는 상황이 오는 그런 이들을 위해 글을 적어 내려가 본다.
그녀가 떠나기 직전 긴급하게 형제에게 전화를 받았을 때 순간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추고 머리가 하얗게 되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없을 걸 뻔히 알면서도 모든 생각은 그녀를 꼭 보아야겠다는 한 가지 생각 또는 의지만이 있었다. 주말 늦은 시간에 지방까지 가는 교통편도 없는 상황에 평소에 잘 연락도 하지 않던 지인 찬스를 사용하며 어렵게 교통편을 마련해 내려갔지만 이미 그녀는 잠이 들어 다른 세계로 소풍을 떠나 만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었던 터라 중요한 시점이었으나 한동안은 후유증으로 업무에 집중하지도 못했고 일에 회의감 마저 드는 상태였다. 정말 많은 고민을 한 끝에 퇴사 후 본가로 내려가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하루를 의미 없이 부정적 생각으로 지내던 중 소중한 사람(부모, 연인, 형제, 자매, 자녀, 친구 등)을 갑작스럽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잃어 본 지인들의 응원과 격려, 경험에 의한 대처 방법들(누군가는 일에 미쳐봐라, 누군가는 다른 소중한이를 만들어 봐라, 몸이 고단하게 해 봐라, 남은 이들에게 온전해라,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 늘 곁에 있다 등)을 구두로 메시지로 받았고 그중 생각의 전환을 해보라는 조언에 꽂혀 그녀가 잠시 소풍을 떠난 걸로 생각하자 하루하루가 달라져 갔고 그녀와의 이별은 더 이상 이별로 생각되지 않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주고 싶은 건 소중한 사람이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면 이별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녀는 우리 곁에서 잠시 다른 시공간으로 소풍을 또는 여행을 떠난 것뿐이다. 그녀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몇 년 동안은 그녀와 함께 했던 장소(특별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생활을 했던 장소더라도)나 그녀가 좋아했던 음식, 의복 스타일만 봐도 순간순간 어렴풋이 떠오르고 보고 싶겠지만 다 그녀를 통해 알게 된 기분 좋은 장소, 음식, 음악, 영화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가보고, 먹어보고, 들어보고, 시청해 보자 그녀와 함께 했을 때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또 한 번 설렘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나간 나의 소중한 그녀를 위해 마냥 멍 때리고 슬퍼하고 공허 속에 있지 말아라.
당신을 다른 시공간에서 바라보며 얼마나 그녀는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워할 텐가
그녀를 기억에서 바로 지웠다면 서운 할 수 있겠지만 그녀를 기억하고 추억은 떠올리면서 아픈 기억 보단 기분 좋고 소중했던 사람, 만나면 힐링을 받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이별이 아닌 잠시 곁에 없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기를, 잠시 소풍이나 장기 여행을 떠나 주위에 없을 뿐 그녀의 얼과 넋은 남아 나의 삶에 긍정적 영향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고 있음을 상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