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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LD Jun 02. 2017

보통의 존재

작가는 어쩌면 보통의 존재가 되고 싶었던 걸까?

수내고의 선생이 된 기념으로 우선생이 우리집에 놀러왔다. 연신내 역 근처의 유라쿠에 가기로 했고, 디너타임 오픈시간까지 약간 시간이 남아 연신내 알라딘으로 향했다. 이것저것 책을 구경하다가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를 보더니 이 책이 좋다며 추천을 해주길래 사달라고 강요해서 선물을 받았다. 


여자친구는 이 책의 작가가 자신의 찌질함까지 글에 잘 쓴다고 했다. 그 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대체로 네거티브한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대체로보다 거의에 가까울수도 있겠다. 나는 이런 네거티브한 감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것만 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주의, 불편회피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제목이 왜 <보통의 존재>인가 궁금했다. 계속 읽어나가면서 어느정도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작가는 '보통의 존재'이고 싶었던 것이다. 보통의 존재에 대해 글을 썼지만 작가는 보통의 존재를 갈구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네거티브한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그런데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 그 과정 자체는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 (29p)

성공한 사람들이 되고 싶어 항상 꿈을 꾼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의 뒤에는 그만큼의 혹독한 노력의 과정들은 생각하지 않은 채 성공하고만 싶어 한다. 성공에는 그만큼 비례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



다만 난 꿈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알기로는 꿈이 없어서 고민하고, 꿈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37p)

많은 사람들이 과연 꿈 없이 살아가고 있을까? 꿈은 거창한게 아닐텐데. 당장 눈앞에 바라는 것도 꿈일텐데 말이다. 나는 거의 모든 사람은 꿈을 갖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다만 사람은 정지상태에서 더 많은 불안을 느낀다는 것. 그래서 불안해진 사람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게 된다. (43p)

정지상태가 되면 많은 것들이 불가능해 진다. 당장에 들어오는 돈이 없어지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사람은 정지상태일 수가 없다. 살고 싶다면 움직여야 한다. 정지상태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삶에 대한 불안감이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 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사실 여행이라는 건 생각보다 많은 예민함과 미묘한 충돌이 있다. (61p)

이 글은 함께 여행한다는 전제하에 쓰여진 것인데, 같이 동행한 사람들과 취향을 맞춰줘야 할 뿐 아니라 체력, 식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은 많은 예민함과 미묘한 충돌이 있다고 썻을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놀러 나갈 때, 본인은 혼자 방에 남아버린다고 헀다.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성격이니 뭐.



너무 일찍 사라져버린 많은 것들 중에 특히나 아쉬운 것으로는 정서적 퇴화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78p)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고 그래서 또다른 새로운 꿈을 꾸게 되더라고. 그러니까 능룡아, 중요한 건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 것임을 잊지 마. ~ 부디 하루하루를 카르페디엠하며 살길. (115p~116p)

음. 정서적 퇴화를 아쉬워하며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이게 뭐람.



미련이 많은 사람은 인생이 고달프다고 한다. 사람은 때때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어서~~ (189p)

나는 아직 받아들일 것과 체념해야 하는 것에 대한 구분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모든 것에 관심이 많고 욕심이 많고 애정이 많기 때문인가? 그래서 미련이 많은 사람은 인생이 고달프다고 하는건가?? 



생각이 비슷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처럼 어려운 일이었죠. (209p)

정말 어려움. 공감.  친구란, 상대방의 관심사를 공유할 줄 알고 생각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내 주변에 내 친구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러는 것 같다. (나만의 생각일수도) 꼭 맞는 사람을 찾는게 아니라 친구(들)에게 융화되어 가는게 친구일수도. 사랑도 마찬가지.



어렸을 때 품었던 나의 두 가지 로망은 그렇게 초라한 흉내 내기에 그치고 말았다. (265p)

나는 나의 로망이 그저 흉내내기에 그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고, 초초한 것 같다.







책의 표지가 노란색이다. 샛노란 색인데 표지의 색이 작가를 반영하는 것 같아 슬펐다.

억지로 노란빛을 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길고 긴 서평보다 그 책에 담긴 몇 문장이 그 책을 더 사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오늘도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의 독서노트를 공유합니다. 

(라고 쓰지만 결국은 내 독서노트를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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