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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LD Jun 02. 2017

여행의 기술

여행에 대한 생각은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뉘었다.

여행에 대해 얼마나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가? 나는 여행에 대해 생각한다기 보다 '간다'와 '한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며', 그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이 내 여행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여행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폭 넓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생각의 흐름을 이끌어 간다. 자신도 책에서 읽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여행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데, 읽는 내내 '나도 다음의 여행에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여담으로,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깨닫고, 느낀 것이 많았는지 책에는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만큼 여행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출발 - 기대에 대하여]


실제로 사람들은 이런 팸플릿만 보고도 강한 갈망을 느낄 수 있었는데, 사람의 계획이(심지어 인생 전체도) 아주 단순하고 어설픈 행복의 이미지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 감동적이면서도 진부한 예였다. (16p)

나도 마찬가지지만 여행이란 것은 여행을 가고자 하는 곳의 멋진(혹은 일상적인)사진 한 장으로도 마음이 쿵!하고 설렐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나중에 여행관련하여 일하게 되면 좋겠다고 스크랩한 부분.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17p)

이른 아침 분주한 지하철 안, 많은 사람들이 말 없이 일과 생존투쟁의 터로 향한다. 그 안에서 나는 즐거움을 찾아 어디론가 향한다. 여행을 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이상 야릇한 감정이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17p)

딱! 나에게 투영되는 한 문장인 것 같다. 장소에 대해서 생각해보지만,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다. (물론 어떤 것을 봐야 한다는 것은 이유가 될 지도 모르나, 나의 경우는 장소를 정하고 그 이유를 끼워 맞추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아마 예술 작품에도 얼마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24p)

다른 이유는 없고, 기대하는 것 외에도 많은 것들을 잊고 사는 것 같아서 스크랩



아름다운 대상이나 물질적 효용으로부터 행복을 끌어내려면, 그 전에 우선 좀더 중요한 감정적 또는 심리적 요구들을 충족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39p)

여행을 즐기는 동안 이따금씩 내 생각을 찌르는 현실적인 생각들(예를 들어 일, 돈 등)이나 친구, 가족과의 관계 등에서 자유롭고 편안해야 아름다움, 물질적 효용의 행복이 배가 된다는..어찌보면 당연한 얘기



[출발 -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승객들이 육지에 발을 디딘다. 그들에게는 이 평범한 영국의 오후가 초자연적인 색조를 띤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55p)

17p에서 스크랩했던 일과 생존투쟁의 현장이 어떤 이에게는 초자연적인 색조를 띤 미지의 세계가 될 것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에 놀러온 외국인 관광객들을 과연 내가 살아가는 이 장소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지.



해야 할 일이 생각뿐일 때에 정신은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치 남의 요구에 의해서 농담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투를 흉내내야 할 때처럼 굳어버린다. 그러나 정신의 일부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생각도 쉬워진다. (78p)

공감. 그래서 라디오나 tv가 떠드는 것을 좋아한다. 정신이 집중 되었다가 다시 풀리며 라디오나 tv가 떠드는 것에 다시 집중하고, 또 다시 나의 생각에 집중하는 일련의 흐름이 좋다.



몇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꿈을 꾸다 보면,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즉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이나 관념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곳이 반드시 집은 아니다. 가구들은 자기들이 불변한다는 이유로 우리도 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정적 환경은 우리를 일상생활 속의 나라는 인간, 본질적으로는 내가 아닐 수도 있는 인간에게 계속 묶어두려고 한다.

호텔 방들 역시 정신의 습관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슷한 기회를 제공한다. (80~81p)

생각을 해야할 때, 여행(혹은 산책)이 필요한 이유.



[동기 -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에 내려서 터미널 안으로 불과 몇 걸음을 떼어놓았을 때 나는 천장에 걸린 안내판의 모습에 깜작 놀란다. ~ 그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그 세속성에도 불구하고, 이 간판은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이국적이라는 형용사가 어울릴 것 같은 즐거움이다. (88p)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타국의 공항에서 만나는 다른 언어의 안내판을 보고는 사진을 찍어대기 바쁘다. 이것이 그 나라 사람들에게는 단순하며 세속적이지만, 여행자에게는 '이국적'이라는 것이 주는 즐거움과 설레임의 시작인 것이다.



내가 스히폴 공항의 안내판이 이국적이라고 느낀 것은 이 안내판으로부터 그것을 만든 나라, 공항의 아위트강 너머에 있는 나라가 몇 가지 중요한 점에서 영국보다 내 기질과 관심에 더 맞을 것이라는 암시, 모호하지만 강렬한 암시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91p)

그냥..뭔가..여행의 설레임을 표현하기 좋은 말인 것 같아서 스크랩



암스테르담에서 내가 열광한 것은 그런 경우였다. 그것은 영국에 대한 나의 불만과 관련되어 있었다. 현대성이나 미학적 단순성의 결여, 도시적 삶에 대한 저항, 그물 커튼을 걸어 두는 심리에 대한 불만.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102p)

'이국적'이라는 것에 대한 아름다운 해석



플로베르는 이 거리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 잠을 자다가 갑자기 베토벤의 교향곡 한가운데로 끌려들어온 느낌이다. (107p)

왁자지껄한, 여러가지가 한데 어우러진 거리에 대한 아름다운 표현



[동기 - 호기심에 대하여]


나 자신의 주관적인 관심의 강도에 따라 이 도시에서 제공하는 것들을 배열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별 3개짜리 흥미를 느낀 것은 스페인 식사에는 채소가 매우 적다는 점....(150p)

여행가이드에서 강요하는 별5개, 별4개의 관광지나 음식에 연연하지 않고 여행지에서 느꼈던 의미 있는, 혹은 내 머릿속에 남는 잔상들을 배열하는 것은 참 좋은 여행의 방식인 것 같아서. (나중에 이런 식으로 노트를 만들고도 싶다.. 주관적인 관심의 강도에 따라 배열하는 그런 노트..?)



여행자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물을 볼 때는 질문이 떠오르지 않으며, 질문이 없으므로 흥분도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은 질문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실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159~162p)

'이 나라에 갔으니 이걸 봐야지'라는 것이 아닌, 질문이 떠오르고, 흥분이 일어나는 일을 하는 것이 그 여행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임을 깨달았다. 무작정 유명한 관광지를 의무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내가 볼 준비가 된 것을 봐야지.



우리가 두 번 다시 가보지 못할 수도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우리는 여러 가지를 계소개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여러 가지는 지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외에는 서로 연관성이 없다. (162p)

무작정 유명한 관광지를 의무적으로 보지 말고 여행지를 느끼자! 라고 다시한번 느낌.



풍경 -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진지한 비평가들은 자연을 자주 여행하는 것이 도시의 악을 씻어내는데에 필수적인 해독제라는 워즈워스의 주장에 거의 만장일치로 동조했다. (178p)



[풍경 - 숭고함에 대하여]


새벽의 시나이 남부. 그렇다면 이 감정은 무엇일까? 이것은 4억 년 전에 만들어진 골짜기를 통해서 느끼는 감정, 2,300미터 높이의 화강암 산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 일련의 가파른 협곡의 벽에 표시된 수천 년의 침식 흔적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이다. 이런 것들 옆에 있으면 인간은 그저 늦게 나타난 먼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212p)

나는 이따금씩 자연, 우주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사람은 왜 생겨났으며, 저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또 지금은 어떻게 생겼을까. 내가 보는 모든 물체의 모양과 원래는 다른 모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의 심장은 어떻게 뛰는 것일까? 등.. 이런 것이 자연의 숭고함 아닐까? 자연의 숭고함을 생각하다 보면 나도모르게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술 - 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원래의 모습에는 감탄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닮게 그린 그림에는 감탄하니, 그림이란 얼마나 허망한가"(<팡세>, 단장 40) (264p)

그림은 그 모습을 요약하고, 함축하고, 때로는 상상하여 표현할 뿐 아니라 그 속에는 기술이 함께 하고 있음에 감탄하는 것이 아닐까? 마냥 허망하진 않을 것이다. 원래의 모습과 그림에서 느끼는 것이 서로 다를 뿐이지. 



[예술 -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러스킨의 생각에 따르면,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데생을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었다. 즉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다는 것이다. (279p)

데생이든 스케치든 뭐든, 못그려도 좋으니 어느 마음에 드는 장소에 간다면 그림을 한번씩 그리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조금 더 살필 수 있는 눈을 위해.



사람이 아무리 느리게 걸으면서 본다고 해도, 세상에는 늘 사람이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280p)



사람들은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보기 위한 보조 장치로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을 대체하는 물건으로 사용했으며, 그 결과 전보다 세상에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었다. 사진이 자동적으로 세상의 소유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282p)

사진이 세상을 소유시켜줄 수는 있겠지만, 그 당시 세상에서 느끼는 감동을 소유시켜줄 수는 없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우리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283p)

사진은 보조 장치일 뿐, 그 때의 아름다움을 내 눈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오롯이 느끼는 것이 진정한 여행일 것이다.



그는 많은 장소들이 미학적 기준이 아니라 심리적 기준에서 우리에게 아름답게 비친다는 점을 인식했다. 즉 색깔의 조화나 대칭과 비례 때문이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나 분위기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이다. (295p)

중요한 가치나 분위기, 의미를 갖기 때문에 아름다운 그런 여행을 추구해 보자.



[귀환 - 습관에 관하여]


우리가 여행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은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하는 심리에 더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여행하는 심리란 무엇인가? 수용성이 그 제일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적인 태도가 되면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에 다가가게 된다. (308~309p)

그렇다고 한다. (사실 잘 모르겠다.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장)



혼자 여행을 하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 (316p)

나고야를 혼자 여행한 적이 있다. 정말 내 마음과 발걸음이 가는 곳으로, 내가 즐기고 느끼고 싶은 곳으로만 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누군가와 함께하는)여행에서는 내 호기심의 일부분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 함께 함으로써 좋은 점도 있지만.. 혼자 하는 여행, 함께 하는 여행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그 때의 내 감정에 따른 여행을 하면 가장 좋겠지?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 관련한 글을 읽다 보니 내 마음에 와닿은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이번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으면서 그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시는 여행만 추구했던 내가 다시한번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고. (물론 먹고 마시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뒤로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내면의 풍경과 예술 등을 여행과 연결시켜 느끼는 것이 나에게는 아직 익숙치 않아서 이지 않을까? 여행을 하며 생각을 많이 하고, 많이 느끼게 된 뒤에 책을 다시 읽으면 좀 더 이해하기 편할까?


고로, 여행가고 싶다!!





길고 긴 서평보다 그 책에 담긴 몇 문장이 그 책을 더 사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오늘도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의 독서노트를 공유합니다. 

(라고 쓰지만 결국은 내 독서노트를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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