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을 가두는 확실한 방법
소유보다 공유개념을 중시하면서 구독 경제가 대세가 되었다. 아직도 나는 ‘구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신문과 잡지의 정기구독만이 생각나지만 소비의 중심이자 미래인 밀레니얼 세대는 영화, 화장품, 책, 맥주, 미술작품, 자동차 심지어 옷이나 면도날 같은 생필품까지 구독한다. 이러한 구독 경제의 바람을 타고 다시 한번 떠오르는 마케팅이 있다. 바로 뉴스레터다. 한 때 스팸, 쓰레기 메일로 치부받던 뉴스레터를 핫하다는 브랜드는 모두가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소비자들이 선택해서 구독하기 시작했다. 뉴스레터를 파헤쳐보자.
(초기에는 발송 비용이 들지 않으며, 구독자가 많아지더라도 비교적 발송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뉴스레터에 관한 이야기도 <0원으로 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소개합니다.)
광고라도 기꺼이
구독 경제가 소비 전반에 거쳐 익숙해지면서 콘텐츠에 대해서도 ‘내가 선택한 콘텐츠만 보고 싶다’는 니즈가 강해졌다. 그것이 설령 광고라 해도 말이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콘텐츠는 무한히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 속에 파묻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NS에 들어가도 지인들이 올린 피드 사이에서 3~4번에 한 번은 광고를 보게 되고, 페이스북에서는 친구의 소식이 아닌 이상 광고가 아닌 것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콘텐츠, 광고의 홍수에 살고 있다. 심지어 네이버 메인화면에서도 자영업자들이 디스플레이 광고를 할 수 있는 구좌가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읽을만한 글이라는 콘텐츠를 빙자한 광고들도 많이 있다.
콘텐츠를 담는 플랫폼(대표적으로 네이버, 다음)에서는 일찌감치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콘텐츠를 스스로 선별해서 사용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있으며, 어느덧 콘텐츠 사용자들에게도 큐레이션은 당연한 것이며 익숙한 것이 되었다. 요즈음은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AI가 나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큐레이션을 해줄 정도이니 우리가 큐레이션에 얼마나 익숙해졌는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행위는 나 스스로 내가 읽고 싶은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는 행위인 것이다.
디 에디트(THE EDIT, the-edit.co.kr)라는 매거진이 있다. 특정한 제품을 하나의 콘텐츠로 맛깔나게 풀어주는 매체다.(실제로 읽어보면 그럴싸하니 재미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살만한 것을 소개한다’고 한다. 근사하게 포장했지만 한 겹 벗겨내면 '이것은 콘텐츠로 만들어진 제품 광고입니다.'라는 셈이다. 이들이 최근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뉴스레터의 제목은 ‘까탈로그’. 첫 번째 메일의 제목은 ‘초면에 돈 쓰게 해서 미안해요’
대놓고 제품 홍보 메일을 보내주겠다는 이 뉴스레터는 서비스 시작 1주일 만에 구독자가 10,000명을 돌파했다. 이는 큰 시사점을 말해준다. ‘광고라도 재미있는 콘텐츠라면 소비자는 스스로 구독한다.’
너도 읽어보라 말하렵니다.
광고라도 기꺼이 보겠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러기는 쉽지 않다. 디 에디트는 이미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상태이고 콘텐츠도 요즘 사람들이 읽을만한 톤 앤 매너로 '읽고 싶게끔' 만드는데 많은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뉴스레터의 핵심은 '읽고 싶은가?'이다.
내가 모 회사의 마케팅 담당으로 있을 때, 뉴스레터를 직접 제작하고 발송하는 일도 맡아서 했었다. 나는 일찌감치 뉴스레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뉴스레터 콘텐츠를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기존의 뉴스레터는 단순히 신제품이 나왔음을 알리는 알림판에 불과했다. ‘이번 신제품은 무엇이 좋아요.’, ‘이번 신제품의 가격은 얼마입니다.’ 등 열어보면 바로 뒤로 가기를 누르고 싶은 내용이었다. 나는 이 뉴스레터의 목적은 그대로 두고 구성을 바꿨다. 신제품을 소개하되,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읽을만한 것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우리 제품 중에 유튜브로 재미있는 리뷰가 올라왔다면 그것을 보내고, 이건 읽을만하다 싶은 내용이라면 정리해서 뉴스레터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뉴스레터 안에 담는 내용의 첫 번째 체크포인트는 '읽고 싶은가?'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3%에 불과하던 오픈율은 평균 8%, 높을 때는 10%가 넘었다. 오픈율의 상승은 둘째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커뮤니티에 우리 회사의 뉴스레터가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보낸 뉴스레터를 보고 신제품 소식을 캡처해서 올리거나 뉴스레터의 내용을 보고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신제품이 언제 나온다더라', '어떤 것이 기대된다' 등의 2차적인 바이럴이 시작되는 매개체가 되었다.) 뉴스레터가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뉴스레터를 보냄으로써 얻은 가장 큰 변화였다.
뉴스레터를 구독한다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우리 회사에 자신의 이메일은 제공한 것이다. 그 말은 우리 회사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다. 뉴스레터의 구독 버튼을 누른다는 것은 ‘너희가 나를 즐겁게 해 준다면, 난 기꺼이 너희의 팬이 될 마음이 있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낸 콘텐츠가 광고일지라도 기꺼이 소비하겠다는, 구독자는 우리의 팬이다. (물론 핵심은 볼만한 콘텐츠인 가이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SNS 광고에 많은 돈을 들이기보다 뉴스레터를 발송하기 위한 구독자를 모으고 그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 견고한 우리의 팬을 만드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현재도 미래도 구독자에게 달려있다.
뉴스레터의 구독자를 모으는 일은 쉽지 않지만 구독자를 모을 수만 있다면 ‘나만의 플랫폼’이 된다.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알 것이다. 잘 모아둔 양질의 뉴스레터 구독자는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특히 소비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항상 궁금하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리서치를 해야 하지만 우리에겐 그 정도의 인력과 시간이 없으며 리서치 회사에 맡길만한 금전적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스레터는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웬만한 뉴스레터 발송 서비스는 뉴스레터 오픈율과 각 링크 별 클릭률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고, 우리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영상은 생각보다 클릭률이 저조하고 반면에 짧게 쓴 글에 클릭이 높은 경우에 짧게 쓴 글에 대한 비중과 중요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뉴스레터를 변화시켜 구독자들이 뉴스레터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늘일 수 있다.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 리서치도 뉴스레터로 할 수 있다. 신제품에 대한 생각이나 앞으로 개발했으면 좋을 것들, 이런 피드백은 회사 안에서만 머무르는 생각이 아니라 소비자에서 나오는 피드백이기 때문에 (심지어 우리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 열혈(?) 팬!) 순도가 매우 높은 피드백이다. 뉴스레터 구독자만 있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벤트를 한다면 더욱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세계건설에서 운영하는 빌리브라는 사이트에서는 집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나는 관심 있는 콘텐츠이기에 당연히 구독을 하고 있다. 한 번은 구독자 설문 이벤트로 이런 주제가 왔다. ‘구독자님이 생각하는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요?’
크게 어려운 내용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짧은 시간 안에 답할 수 있는 내용이라 답을 했다. 물론 이벤트 당첨이 되라고 빌기도 했다. (당첨은 안됐다.) 신세계 빌리브에서는 약간의 경품비용과 이메일 발송 비용을 사용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집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고, 신세계건설의 미래 전략에 이를 반영할 것이다. 뉴스레터 구독자는 우리에게 정보를 가져다줄 것이다.
새로고침 되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발송되는 뉴스레터는 우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에 새로고침 버튼을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 서비스의 사이에 살고 있는 우리는 종종 어떤 브랜드에 대해서 잊고 지내기도 하는데 뉴스레터가 잊었던 것들을 다시 생각나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항상 시장점유율 1위를 하는 보쌈 브랜드의 마케팅 대행을 맡은 적이 있었다. 꾸준히 TVCF, 온라인 등 다양한 매체로 광고를 열심히 하길래 호기심에 물어봤다.
'시장점유율 1위고 차이도 많이 나는데 왜 계속 광고를 하시는 거예요?'
'소비자들한테 잊히지 않기 위해서 해요.'
저 이야기가 대략 7~8년 전 이야기다. 정보의 홍수가 지금보다는 덜 했을 시기, 인스타그램이 이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그때, 그때도 소비자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하물며 지금은 수많은 채널, 수많은 중소 브랜드들이 우리를 봐달라고 소리치고 있으니 우리 브랜드 하나쯤 잊히는 것은 순식간인 것이다. 그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서도 꾸준한 뉴스레터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도 스스로 내가 볼 콘텐츠는 골라본다는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우리의 울타리 안에 가두면서도 우리의 콘텐츠를 꾸준하게 노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뉴스레터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구독자 풀이 충분한 규모의 회사라면 뉴스레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길 바란다. 아직 구독자 풀이 충분치 않다면 구독자를 모으는 일부터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보자.
TIP
이제 막 시작한 소규모 업체들이 뉴스레터 발송 서비스를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럴 때는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메일을 쓰는 방법도 있다.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메일에는 '개별발송'이라는 기능이 제공된다. 많은 이메일 주소를 한 번에 입력하고 개별발송 기능을 활용하면 받는 사람 주소는 받는 사람 본인만 뜨기 때문에 단체 메일인 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아직 뉴스레터 발송 서비스가 부담스럽다면 개별발송 기능을 활용하자. 단, 이메일 주소를 잔뜩 써놓고 개별발송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구독자들에게 이메일 주소가 가득 담긴 뉴스레터가 발송되니 주의 또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