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수집품
이 책은 이터널저니에서 처음 만났다. 일본 책들을 소개하는 곳에 놓여져 있던 책.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소설책인가?' 싶었다. 열어보지도 않고 넘어갔지만 왠지 제목에 끌렸다. 서울로 올라와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빌렸다.
놀랍게도 이 책은 개그맨이 쓴 책이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개그맨이다. 논문을 좋아해 이런 저런 논문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자기가 수집한 논문 중에 이상한(?) 논문만을 소개하는 책이다. 컨셉이 참 특이하다.
개그맨이 쓴 책이라 마냥 웃길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웃김 반, 진지함 반이다. 책의 1/3은 일본 개그맨 특유의 말투가 텍스트로 변형되어 있어 마치 음성지원 효과를 심어놓은 듯 했다. 하지만 논문 이야기는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물론 주제는 '이상한' 주제임이 분명하지만 (가령, 경사면에 앉은 커플을 관찰한 논문이라던지, 고양이의 치유효과를 연구한 논문이라던지..) 작가는 그 논문이 무엇을 위해 쓰여졌는지에 대해서도, 논문을 쓴 연구자의 입장에서도 그 논문을 이해하려 든다.
우리가 생각하는 논문이란 도표와 그래프로 가득한, 혹은 알아보기 힘든 수식과 기호로 가득찬 그런 것이 아니라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거나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이상한 논문들이 있는지는 책을 읽어보길. 논문이라해서 어렵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눈으로 해석해서 우리에게 쉽게 설명해주니 반나절이면 금방 읽는다.
어떤가? 이제 드디어 이 논문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짐작이 간다. 사람은 알지 못하는 것이나 헤아릴 수 없는 것을 어떻게든 '이야기'로 만들어서 이해하려 한다. (22p)
마케터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과연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에게 '정말로' 효과가 있는 것인가? 에 대한 어느정도의 답을 해주는 것과도 같다.
단 선생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마음의 이론'. 그러니까 인간에게는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심리학의 견지에서 보면 그 상상력이 발달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하품이 전염되지 않는 것이 수긍이 간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장단을 잘 맞추는 사람이나 맞장구의 달인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솜씨가 좋기 때문에 마음의 이론이 발달해 있다. 그런 사람은 하품이 잘 전염될지도 모른다"라고 한다. (76p)
하품이 왜 전염되는가에서 시작해서 마음의 이론까지 확장되었다. 실제로 나는 이 파트를 보면서 하품을 수없이 많이 했다. 그렇다면 나는 마음의 이론이 잘 발달해 있는 것이려나?
ps. 개와 침팬지도 하품이 전염될까? 책에 답이 있다.
냉정한 독자라면 이 단계에서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 잠깐만. 이건 컵이 뜨거운 물에 데워지면서 온도가 변한 게 원인 아니야!?' (91p)
<마케터의 일>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있다.
저는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합니다. ‘당기세요’라고 적혀 있는 문을 밀면서 스스로에게 ‘왜?’라고 묻고,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받아와서 뚜껑을 열고 식히는 스스로를 보며 ‘왜?’ 하고 물어봅니다.
‘좋다!’ 싶을 때 ‘왜지?’
‘불편하다’ 느낄 때 ‘왜?’
라고 물어보세요.
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끊임 없이 관찰하고 질문하고 다르게 보는 연습을 해야 생각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논문도 마찬가지였다. '이것 아닐까?', '저 이유일 수 있어.'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고, 하나하나 잘못된 것을 지워나가면서 결론에 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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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학생이 '수수께끼'를 읽고 재미를 이해한 순간 컴퓨터의 엔터키를 누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강하게 재미있는(매우 재미있는)' 작품은 '짧은 시간에 이해한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이것은 웃음 연구의 정설과 일치하는 결과다. (149p)
마케팅을 할 때, 흔히 3초를 이야기 많이 한다. 3초안에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지 못하면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린다고 한다. 웃음과 재미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