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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LD Jan 27. 2020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생각한 내용과는 달랐지만

<온전히 나답게>라는 책에서 처음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을 접할 때는 시골에서 이윤을 내지 않는 경영방식으로 오랫동안 빵집을 운영한 노하우나 이야기를 얻고 싶어 책을 열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보니 의외로 제목은 정직했다. 시골빵집을 운영하는 저자가 <자본론>을 접하면서 자본론의 내용을 일부 빵집의 내용과 접목시켜 설명해주는 책이였다. 궁극적으로 책이 하는 이야기는 빵을 배우면서 겪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고 이윤을 내지 않는 '순환하는 경영'을 이루었다는 내용이였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윤을 내지 않는 경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지만 생각보다는 그 내용이 많지 않았고, 심지어는 자본론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 않았다. 자신이 어떻게 천연균을 통해 빵을 굽게 되었는지 자서전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천연균'에 도달하기까지 겪은 자본주의의 모순과 자본론의 가치는 읽는 사람에게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이슈를 던지기에는 충분한 책이였다.






<자본론> 안에는 마르크스의 독특한 표현이 나온다. 그는 자본주의의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 장치의 근본이 노동력이라는 상품이라고 말한다. 노동자는 노동력을 팔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데,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드는 열쇠는 바로 노동력에 있다. (43p)

노동력 + 시간을 파는 것이다. 사실 노동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시간이다. 자본가들은 돈을 주고 그들의 시간을 사 자신이 벌어들일 돈의 시간을 당기는 것이다. 


대부분은 학교에서 상품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배웠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놀랐는데, 마르크스의 생각에 따르면 가격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교환가치에 있고, 수요와 공급은 가격을 변동시키는 2차적 요소라고 한다. (47p)

제품을 기획할 때 '수요'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이 소비자에게 어느정도의 '교환가치'가 있는지는 잘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수요가 있다는 것은 교환가치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건 교환가치가 크냐 적냐, 다시말해 기획한 제품이 부가가치가 높은, 교환가치가 큰 제품을 기획하는 것도 염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동환경이 열악하니 직원의 정착률은 놀랄 만큼 낮았다. 그래도 노동이 단순했기 때문에 가게는 어떻게든 돌아갔다. 요컨대 사장 입장에서는 누가 와서 일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해고당하는 순간 생계가 위협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혹사당했음에도 불평 한마디 할 수 없었다. (68p)

직원들의 최고 불만 중 하나인 '우리를 부품처럼 생각해요.'에 대한 대답. 사실 나도 회사 다닐 때 이렇게 느꼈다. 하지만 내가 나간다고 회사가 휘청일 것도 아니고, 나 하나쯤이야 금방 대체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시간에 의한 변화의 섭리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돈이다. 돈은 시간이 지나도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영원히 '부패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부패는커녕 오히려 투자를 통해 얻는 이윤과 대금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자로 인해 끝없이 불어나는 성질마저 있다. 곰곰이 따져보면 참 이상하지 않은가? (80p)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적인 이야기다. 생산수단을 가진 고용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끝없이 불어나는 돈에 의한 자본주의의 모순,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결한 시골빵집이야기


'시골에서 살면 아등바등 일에 매달릴 필요도 없고, 생활이 느슨해서 참 편하겠다.'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사람이나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이나 이런 생각에는 차이가 없다. ~

하지만 시골생활이 느슨하고 여유로울 거라는 생각은 분명 오해다. 완전히 틀린 말이다. (173p)

시골은 여러모로 참 힘들다. 기회가 된다면 글로 쓰겠지만 도심에 붙어 있는 자연에 살고 싶다.(?)


만들어서 팔면 팔수록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지역의 자연과 환경이 생태계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되찾는 빵. 

우리는 지역통화라는 발상을 빵집 나름의 모습으로 수정, 발전시켜서 이윤이 아니라 순환과 발효에 초점을 맞춘 부패하는 경제에 도전 중이다. (179p)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정말 좋은 것 아닐까?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안될 것이다. 협력과 상생보다 시기와 질투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생산수단을 가지는 길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고 본다. ~ 

노동자가 자신의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소경영의 기초이며, 소경영은 사회적 생산과 노동자 자신의 자유로운 개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이다. (185~186p)

생산수단이 꼭 기계 등이 아니여도 된다. 요즈음은 분업화의 시대니 생산은 누군가에 맡겨도 된다.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가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각자가 생산수단이 되어야 '일' 자체가 즐거워지고 나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래야만 '경제적 독립'에 한발 가까워 진다.


'다음번 투자를 위해 이윤은 꼭 필요하다.'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결국 생산규모를 키워서 자본을 늘리려는 목적 때문에 나온 말이다. 동일한 규모로 경영을 지속하는 데에는 이윤이 필요치 않다.(193p)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196p)

저자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은 정직하고 건강한 빵을 만든다. 그리고 그 가치에 맞는 가격을 책정한다. 그리고 스태프에게 현금 흐름을 공개해 모든 돈은 이윤을 남기지 않고 적정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는, 우리의 뒷주머니를 위해 착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도 재정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이윤'을 얼마나 남겨야 하느냐를 고민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윤에 대한 고민이 어쩌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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