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내년을 준비해야한다.
2022년의 시작 때만해도 '2023년이 올까?' 싶었는데, 어느덧 2022년의 마지막달이고 2023년이 1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마케터의 입장에서 11월~12월은 내년의 준비 때문에 골치아픈 시기다. 내년의 사업계획(혹은 마케팅계획)을 수립해야하기 때문이다.
나는 운이 좋게(?) 직전 회사에서 팀장급의 업무를 맡아서 했다. 덕분에 11월~12월은 매우 바빴다. 임원진들만 모이는 매출포캐스트회의에 2년간 직접 참여해야했기에 여러 자료들을 넘나들며 내년을 준비해왔다. 올해 매출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년의 매출포캐스트를 하고, 매출포캐스트를 달성하기 위한 전체적인 마케팅플랜을 세워야한다. 신제품 출시일정을 잡고 이를 위한 마케팅플랜을 세워야한다. 물론 기존 제품에 대한 마케팅플랜도 세워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매출을 채널별로 세분화해서 파악한 다음 리소스를 어떻게 적절히 분배할지 고민해야한다. 장황하게 말했지만 요약하자면 '올해는 이렇게 했고 결과가 이렇더라. 내년에는 이렇게 해서 목표를 달성하겠습니다. 아자아자아자!' 이다. 이런 경험 덕분에 각종 매출관련 회의에 마케팅을 대표하여 소집(?)되어 회사의 운영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지금 브랜드의 마케팅 뿐 아니라 운영도 상당부분 도움이 되고 있다.
작은 기업과 자영업자들도 내년을 준비하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도 내년을 준비해보고, 내 브랜드를 직접 운영해보면서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최소한 이것 정도는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몇가지가 있어 소개한다.
주별/월별 매출 데이터 정리
스마트스토어에는 친절하게도 '통계'탭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왠만한 데이터를 모두 수집할 수 있다. 월별, 주별 매출액이 얼마인지는 기본이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검색하여 들어왔는지, 어떤 채널을 통해서 들어왔는지, 연령대는 어떻게 분포하는지 등을 모두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주별/월별 매출액은 반드시 체크해야 할 데이터다. '지난주 보다 많이 팔렸으니 기분이 좋아!' 라고 체크하라는 것이 아니다. 한 주, 한 주의 매출액이 얼마인지 보는 것이 아니라 한 해를 펼쳐놓고 봤을 때 언제 잘 팔렸는지 '성수기'를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의 표는 우리 브랜드의 1~12월 판매 데이터다. (12월은 판매데이터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상태) 그래프상 파란색과 노란색 제품은 같은 시리즈의 제품으로, 5~6월을 거쳐 7월이 최고 성수기다. 그리고 10월~11월에 2차 성수기가 온다. 보라색 제품은 11월~12월에 유난히 도드라진다. 펼쳐놓고 보면 언제가 성수기인지 쉽게 보인다. 1년, 2년 데이터가 모이고 같은 패턴이 보인다면 '우리 브랜드, 제품의 성수기는 이때구나'라고 알 수 있는 것이다. (*월별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주별데이터도 함께 체크하길 권한다. 11월의 매출이 100이라고 했을 때 90이 11월 1주차에 나오는 등의 특수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품을 기획할 때 '대충 이때 쯤 잘 팔릴 것이야'라고 생각을 하고 기획하고 만들기는 하지만 그 가설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실제 매출 데이터를 통해서만 증명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출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성수기를 확인했으면 이 때가 왜 성수기인지 알아야한다. '겨울이 되니 호빵이 잘 팔리는구나' 같이 계절효과로 인해 매출이 오를 수 있다. '한국시리즈, 월드컵 ' 등의 특정한 행사나 축제 등이 있어서 매출이 상승되는지 조사해봐야한다. 왜 성수기가 왔는지 고민해본다면 성수기에 홍보해야할 대상, '타겟'이 정해지는 것이다. 타겟이 정해지면 마케팅하는데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성수기가 파악되었다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성수기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재고가 있는지 체크해야한다. 갑작스러운 주문 증가로 인해 재고가 소진되면 황금같은 성수기를 허망하게 날릴 수 있다. 케이스마다 다르긴 하지만 우리의 경우 1번 생산 시 보통 1년치 제품을 생산하고, 재발주는 6~8주 정도의 재고가 남았을 때 제작 발주를 한다. 제품의 리드타임이 통상 4주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한 재고관리다.
재고파악이 완료되면 성수기를 더욱 성수기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 마케팅을 할 차례이다. 가격을 할인하거나 사은품을 붙여주는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을 낼 수도 있고, 광고를 통할 수도 있다. 기획전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적절한 때'이다. 때를 놓치면 마케팅을 할 수 없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스마트스토어의 경우 마케팅메시지를 발송하거나 쿠폰을 뿌리는 것을 내가 즉시 할 수 있기 때문에 성수기 타이밍에 맞춰서 내가 진행을 하면 된다.
광고의 경우 최소 2주 전부터 준비해야한다. 광고세팅을 위한 이미지를 제작하고 새로이 광고를 등록하고 광고플랫폼의 검수기간까지 고려한 일정이다.
입점몰 이벤트(보통 기획전이라 부름)는 훨씬 일찍 준비해야한다. 먼저, 입점몰에서 가격할인 이벤트나 사은품 증정 이벤트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입점몰 담당 MD와 상의를 해야하는데 입점몰의 경우 보통 1~1.5개월 전에 다음달 이벤트를 준비한다. 이 때 협상(?)을 통해 기브앤 테이크 해야한다. '이벤트를 통해 매출을 올려줄테니, 너희는 사이트 메인배너나 팝업배너 노출 등 실질적으로 매출에 도움 되는 것들을 제공해줘'하는 방식이다. 대형 오픈마켓 같은 경우는 대부분 구좌별 금액이 책정되어 있어 유료로 진행이 되지만 MD의 재량으로 노출이 되는 곳들도 많으니 이점을 적극 노려봐야한다. 이벤트 노출가능여부를 문의하는 것은 메일로 보내면 되니 밑져야 본전이다 셈으로 보내보자.
다만, '우리 이벤트할건데 메인에 노출해줄 수 있어요?'라고 보내면 '무슨 이벤트 할 것인지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검토하고 답변드릴게요' 라고 답변이 올 것이다. 사실은 저렇게 보내면 안되지만 예를 들어본 것이다. MD와 상담을 위해서는 우리가 가격을 할인해줄 것인지, 사은품을 증정해줄 것인지 등등 어떤 이벤트를 진행할 것인지가 미리 구상이 되어 있어야한다. 그래야만 MD도 이 이벤트가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적어도 2개월 전부터는 어떤 이벤트를 할 수 있을지 정하고, 그 정해진 안으로 MD와 노출여부를 상의해야 한다.
여담으로 만약 사은품을 '제작'해야한다면 사은품 '제작기간'도 고려해야한다. 기성품을 구매해서 사은품으로 주는 것과 제작은 보통 3~4배의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도 참고해두자.
4-1) 시의 적절한 0원 마케팅
우리 브랜드는 이번 성수기 때 쪽지보내기와 메일링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성수기 파악을 통해 성수기의 타겟이 정확하게 수립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결과적으로 약 41%의 오픈율을 기록하고, 매출 또한 공략했던 타겟에서 많이 발생했다. 성수기 파악과 타겟 공략이 적중한 셈이다. 씨앗을 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의 적절하게' 마케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위에서 말했듯이 광고나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를 모을 수도 있지만 0원 마케팅, 타겟에게 쪽지를 보내 우리의 제품을 알릴 수도 있고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질문에 답변하는 방법은 성수기 기간 동안 비슷한 질문이 많을 것이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검색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니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좋다. 작은 활동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2편으로 나누어서 글을 작성해야할 것 같다.
다음에는 포캐스트(내년도 매출 계획)을 하는 방법을 정리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