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도전이였다"
밤새 비가 내린 것 같다.
창(window)으로 된 지붕 한쪽에 그림자가 생긴 것이 나뭇잎이 떨어진 모양이다.
감사한 것은 새벽녘의 아잔 소리가 나를 깨운 것이 아니라 바람과 파도 소리가 잠을 깨우고 눈을 뜨게 했다는 사실에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함을 느낀다.
호텔 방 통창으로 보이는 파도와 구름에 가려진 새벽녁 햇살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나로 하여금 한동안 멍하니 통창 너머를 바라보게 한다.
참 오랜만에 귀가 살아 있고 마음이 열려 있음을 느낀다.
한참 동안 바라보던 통창 너머의 세계를 이제는 발로 딛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 아내와 함께 호텔 방을 나선다 (음 ~~ 호텔이라기보다는 cabin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침대 베드가 넓고 깨끗해서 좋았고, 좁은 듯하지만 샤워하기에는 충분한 깨끗한 화장실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넓고 시원한 통창을 통해 바라보는 오션뷰가 너무나 좋았다)
간만에 만져보는 아내의 작은 손이다. 늘 보는 아내의 손이 뭐 특별할 것이 있나 싶었지만 여행지에서 잡아보는 아내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내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거려 준다.
그렇다고 아내가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내와 함께 아무도 밟지 않은 새벽녘 해변가에 흔적을 남기며 바닷바람을 맞는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어 담아보지만 눈과 귀 그리고 마음에 남겨진 풍경을 담을 수가 없다.
그 어느 때보다 감성적인 아침을 보내고 늦은 아침을 먹고 나니 걱정이 생겼다.
그리 운동 신경이 좋지 못한 아내가 집에서부터 서핑(Surfing)을 배우고 싶다고 수영복을 챙겨 온 것이다.
올해 60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60이라는 숫자는 운동 신경을 둔하게 하여 누가 부르면 돌아보는 속도가 청년들보다 ㅇ. 5초 느리다
그뿐만이 아니라 관절염은 일어날 때마다 곡소리를 내게 하고 허리는 두 손으로 짚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서핑(Surfing)을 배우고 싶단다.
결국 합의를 보고 서핑(Surfing)을 배우기로 했다.
대신 아내는 서핑(Surfing)을 배우고 난 사진을 찍어 주기로 하였다.
비겁한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용단이다.
아내의 재촉에 차를 타고 호텔에서 나와 서핑을 배울 수 있는 해변으로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BATU KARAS" 해변이다.
Pantai Batu karas(바뚜 까라스 해변)에 도착을 하니 비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한다.
아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홀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해변으로 가서 서핑을 가르치는 강사를 붙잡고 흥정부터 한다.
1시간 30분 동안 이루어지는 강의와 실습에 400,000Rp(원화 3만 5천 원 정도) 정가를 100,000Rp를 깎아서 300,000Rp(2만 5천 원)를 준다.
아내의 흥정은 볼 때마다 경외지심을 느끼게 한다.
드디어 시작이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모래바닥에 누웠다 일어서고를 반복하지만 생각보다 예쁜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한참 동안 가르치던 강사의 표정에서 나타나는 당황스러움은 나로 하여금 강의 현장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게 한다.
이제 바다로 나갈 시간이다.
강사의 가르침이 탁월하여 바다로 나가는 것인지 아니면 가르침의 한계를 넘어 할 수 없이 바다로 나가는 것인지 그 속내는 알 수가 없다.
강사는 아내의 키보다 최소 두 배는 더 길어 보이는 보드(Board)를 끌고 바다로 나가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던지 보드를 대신 들어준다.
바다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탓인지 파도가 생각보다 높았다. 하지만 아내의 얼굴은 개구쟁이 소년처럼 기대와 흥분에 조금 상기된 얼굴이다.
바다에 들어선 아내가 보드를 끌고 파도를 타기 위해 나아가 보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파도에 밀려 허둥대는 모습에 걱정이 파도보다 더 높게 밀려온다.
어느새 아내는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먼바다로 나아갔고 그런 아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나 역시 바다로 들어갔지만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이라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어라!!!
이게 웬일이래!
두세 번의 실패 이후 아내가 보드(Board) 위에 서서 짧게나마 파도를 타는 것이었다.
아내의 운동 신경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다소 경이로운 사건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아내가 파도를 타다가 밀려서 떠내려온 보드에 얼굴을 맞은 것이다.
해변가에 나와 얼음찜질을 하는 아내의 얼굴이 생각보다 많이 부어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얼굴이 아닌가?
걱정과 염려속에 아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다 본다. .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 부은 얼굴이 내 얼굴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서핑을 배우지 않기로 한 나의 결정이 참으로 지혜롭고 은혜로운 결정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다.
서둘러 약국을 찾아 아내에게 주고 이제 호텔로 가기를 청하였다.
어라!!!! ~~~
이 아주머니가 시간이 남았다면 다시 보드(Board)를 들고 바닷가로 나간다.
기어코 계약된 시간을 다 보내고서야 물속에서 나오는 아내를 보며 내가 이 여자와 살아온 인생이 기특했다.
어쩌면 우린 나이와 상황으로 인해 미리 한계를 그어놓고 살아오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오늘 !
아내의 도전은 한계를 넘어 새로운 경험과 세계로 나아가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자가 되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