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쉽게 까먹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 앉아서 한 박스를 먹을 수 있다. 그만큼 좋아한다.
엄마는 겨울이면 귤을 박스로 사들였다. 5킬로? 10킬로? 한 박스 가져다 놓으면 나와 이모가 따뜻한 방에서 티브이를 보며 빈 박스로 내보냈다.
과일은 봉지가 아닌 박스 채 사는 걸로 알았다. 엄마가 노상 그랬으니까. 여자가 많은 집이라 과일 킬러들이기도 했다.
귤을 박스로 사들이다가 봉지로, 작은 플라스틱 한 상자로 사게 된 건 남편 때문이다. 남편은 과일을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사람인데, 큰 종이 박스 안에서 곰팡이 핀 몇 개의 귤을 보고는, 박스 채 사들이는 걸 막았다. 대신 매일 사라고.
사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그 상자들을 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건 나였는데, 그 사 온 것들을 바로바로 먹지 않는다고 브레이크를 건 거다.
내가 큰 박스가 아닌 작은 플라스틱 귤에 만족한 건, 그 귤 한 상자를 편하게 앉아서 먹을 시간이 없어서이다. 그거 하나 먹을 시간이 없냐고 물어보겠지만, 실은 이것저것 하느라 하루 세끼 먹을 시간이 부족하다.
참. 나는 고2, 대 2 아이들을 둔 엄마다. 작년부터 내 시간이 조금씩 생기기는 하지만 앞으로 2년을 기다려야 한다. 나의 진정한 자유를 찾으려면.
아이들이 크다 보니, 뭘 자꾸 사들인다, 먹을 것을. 중요한 건 다 먹지 않는다. 냉장고 혹은 냉동실에 넣어놓고, 아까우니 엄마가. 아이에게 사지 말라는 못하고 말이다.
장을 보지 않아도 먹을 건 많다. 냉장고를 비워야 하니까, 뭐든 엄마인 내가. 평일에 열심히 먹고 나면 주말에 또 차고
아이들이 실컷 먹는 것 같은데 또 남고.
어서 2년이 흘러라. 엄마 자유 찾고, 10킬로 귤 한 박스를 킬 하는 건 보여주게.
#백일백장 #백일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