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잘 잤다.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오후를 흘려보내고
날이 좋다기에
억지로 산책을 나갔다.
혼자서
야속하게 예쁜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별한 것도 아니라
마음 놓고 슬퍼할 수도 없고,
찬바람에 스치는
괜한 쓸쓸함만 붙잡고 서 있었다.
별일은 없는데
별일을 만들어내려니 힘든 건지,
힘든 일이 없어서
도리어 힘든 건지.
누군가를 애써 알아가는 일은
번잡하고 귀찮은데,
설레어 잠 못 드는 연애는
또 하고 싶지 않은데,
자다 깨서
배고프다며
누군가를 끌어안고
괜히 투정은 부리고 싶다.
못하는 게 없는 것도 아닌데,
그게 특별한 의미는 아니라고 해야 할까.
나는 쓸쓸하다고 했지,
외롭다고 하진 않았다.
오늘도 푹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