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절에서>

건봉사

by 보니킴

600년이나 된 소나무가 있다는
절 앞을 서성이다가

문장 하나가 천천히 떠올랐다.

나의 부족함으로
타인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게 해 달라고.


나의 못남으로
타인의 못난 점만 바라보지 않게 해 달라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는데
생각만 잔뜩 안고 앉아 있었다.


맑은 날이었는데도
마음은 자꾸 괜스레 흐려졌고,


선글라스를 낀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빛이 부족하다고 말하던 것처럼.


괜시리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는 알고 있다.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오늘은 누군가보다 먼저
나를 덜 미워해 보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온 이곳에서
생각을 배우고 나간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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