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바다

by 보니킴

물이 참 좋다

산도 싫지는 않다.
산이야, 젊음이 도와주니 오르는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아직은 걷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르거나 내려올 때 바닥을 보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다는 것.


어여쁜 경치를 두고 땅을 집중해서 보고 걷는다는 것,

자체가 어쩐지 나와 맞지 않는다.


경치는 정상에서 잠깐이다.

그 찰나를 위해, 그 모든 시간을 쓰는 것이.


무가치하다는 말은 아니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눈이 덮인 산이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곁에 흩어져 있어도

내 시야는 결국 내가 가야 할 길뿐이다.

쓰고 보니 그 또한 꽤 멋스럽다.


하지만 정해진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일은

젊은 삶에서 이미 충분히 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산이 좋아진다던데

아마도 정해진 정상 하나쯤 필요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바다가 좋다. 소금기 가득한 물이 미끄덩하게 몸을 감싸는 것.

힘만 빼면 나를 가만히 안아 잠시 둥둥 떠 있게 해주는 것.

그러다가 미역이라도 몸에 스치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떠 있다가 갑자기 세진 파도가 코로 들어와 콜록 이게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슴을 달래주는 건 여전히, 아직도 바다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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