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바람난 투자
1. 금융 이야기 : 금융 문맹인의 반전
나는 바람이 났다. 대상은 투자다. 남편은 갑자기 변한 모습이 당혹스러운지 타박이 심하다. 퇴근 후 남편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경제 뉴스와 투자 관련 영상을 매일 반복해 읽거나 시청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쯤부터였을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총서기가 말폭탄을 주고받던 때가.
각종 미디어는 ‘미중 무역전쟁’ 제목으로 연일 시끄러웠고,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때 나는 착실하게 저축을 하였고, 주가 하락을 크게 보도하였지만 무관심한 뉴스여서 들리지 않았다.
1년 만기 저축예금상품에 가입한 나는 원금 이천만 원+이만 원이 가산된 만기환급금을 확인하였다.
이자율이 0.1%, 여기에 세금을 떼니 만원남짓이 이자였다.
충격이었다.
부동산 담보 대출금(당시 대출이자율 3%) 갚는 것을 낙으로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에 저축 이자율이 1%도 안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가입할 때도 저축 이자율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렇듯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돈을 빌릴 때와 저축할 때 이자율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 등 돈의 값에 대해 무지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니 학교에서 저축을 장려해 예금을 부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부모님이 주식을 하면 집안이 망한다 하여 적금을 넣었다. 결혼 후에는 아파트 구입건 때문에 대출을 일으켰고, 이를 갚느라 10년 세월이 필요했다.
물건을 살 때 물건 값이 있듯이 돈에도 값이 있다. 이를 이자라 한다. 각 국의 돈도 값이 있는데, 이는 환율이다.
나는 금융상품 종류, 이자율, 환율 등의 금융지식을 알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학생들에게도 금융교육을 하고 싶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생애주기에 따른 재무관리나 청소년의 소비생활, 자기 관리 단원 등은 삭제 또는 축소되었다. 금융 교육과 관련된 단원이 있던 시절, 금융 편식이 심해 저축 위주로 지도하여 허술했다. 그러나 금융지식을 쌓으니 가르칠 단원이 없어졌다.
더 이상 저축의 의미가 없어 노동소득으로는 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를 대신할 대상을 못 찾고 있던 차에 주식을 주제로 한 유튜브 영상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주식을 하면 망한다고 들었는데, 강사는 오히려 모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머릿속 전구가 터지는 기분이었다. 완전한 반전!
같은 해 11월 중순에서 말쯤 무작정 오십만 원으로 경험, 연습 삼아 주식을 샀다. 내 또래 혹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모두 부동산에 관심이 높다. 이를 토대로 자산을 넓히고자 하는 소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돈이 든다. 반면, 주식은 푼돈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부담이 적었다.
오십만 원으로 시작한다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백만 원으로 도전해보라는 말에 고맙기도 하고 용기도 생겼다. 그러나 뭘 사야 할지 모르는 게 문제였다. 처음으로 경제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된 시기가 이때다. 황반변성 치료약을 개발했다는 제약회사가 눈에 들어왔다. 부친께서 이 병으로 고생하고 계셔서 친숙했다. 또한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 닥치는 대로 샀더니 백만 원 쓰기는 10분도 안 걸렸다.
사고 나니 계속 하한가였다. 어떤 날은 오르기도 했지만, 반절이나 마이너스일 때도 있었다. 이래서야 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을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한심한 생각이 들어 방학기간이나 퇴근 후 시간을 내어 공부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보고 싶은 책은 모두 구입하였을 터인데, 학습하다 보니 합리적인 소비는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가까운 대학교에 기여 장학금 오만 원을 내고 도서관 이용 신청을 하면, 1년 동안 무료로 3권을 대여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한 번에 책 3권씩 빌려 읽고 학습하기를 2년간 반복했다.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어떤 종류의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책 표지에 ‘초보’라는 단어만 보이면 먼저 읽었다. 그리고 경제학, 경제사, Warren Buffett 서평, Robert Toru Kiyosaki의 cash flow, 회계사의 재무제표 보는 법, 세계 경제 등 가리지 않고 읽었다. 유대인의 경제사를 읽은 후 환율을 체험하고 싶어 외환 통장을 만들었는데, 백 번 읽는 것보다 나은 경험이었다.
2년간 책을 읽으며 보내던 중에, 나의 주식 포트폴리오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소유한 주식들은 정말 형편없었다. 기업은 훌륭한지 몰라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결정한다면 사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제표를 1순위로 본다. 왜냐하면 CEO을 만나 경영 철학을 질문할 수 도 없거니와 기업의 문화나 조직 활동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입생의 능력을 평가한다고 가정해 보자. 새로 온 학생을 어찌 알겠는가? 그 아이의 성품이나 재능, 가치 등을 처음 만나면 알기 어렵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듯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는 것이다.
재무제표에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중 제일 먼저 보는 부분은 어디인가? 아마도 성적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학생 자신들도 성적부터 본다. 재무제표도 같다. 실적을 먼저 본다. 그다음은 담임선생님이 써주신 행동발달 종합의견이다. ‘인내심 있으며 교우관계 원만하고, 배려와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학생이다.’ 등 인성 부분을 살핀다.
재무제표에도 학생의 인성 영역과 같은 정보가 있을까? 있다.
예를 들면 사회 기부금, 직원 복지금, 교육 찬조금 납부액, 재난 지원금 등을 살피면 봉사활동이나 사회 윤리적인 면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신뢰성이 궁금하면 매입 채무나 지급금, 차입금 납부나 법인세 납부 등을 찾는다. 기업의 성장성이나 잠재력을 알고 싶은 경우는 투자 현금흐름표, 매출액, 매출 총이익,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본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창의성 여부는 오너의 사업방향 즉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계획과 같은 혁신적인 면이나 신제품류, 연구개발비 항목을 본다. 이 외에도 배려와 나눔이 있는지 궁금할 경우 배당금 지급, 무상주, 자사주 환매 소각 등을 살펴보는 식이다.
이렇듯 하나의 기업에는 성적표가 있고, 인성도 엿볼 수 있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핀다면 우수한 학생을 발견하듯이 우량한 기업을 찾을 수 있다.
가치와 가격을 성리학의 이기론으로 푼 저자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황은 이(가치)를 중시하였고, 이이는 기(가격)을 중시했다. 만약 “투자 자산의 가치와 가격이 항상 동일하다면 이 세상에 투자론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투자가 가능한 것이며, 이 둘의 차이 때문에 주식의 가격도 오르내리는 것이다. 그러면 가치를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있다면 적절한 가격도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를 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개인에게는 없는 것이다.
2년 전 오십만 원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종잣돈 1억에 다다르니, 자신감도 장착할 수 있으련만 아직도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잣돈은 수익금이 아니라 적금처럼 주식을 모은 결과이다. 물론 저축 이자율 0.1%보다는 큰 수익을 올렸다.
실험 투자 과정에서 나름 성공적인 단계 또는 만족스러운 단계에 이르렀다 자평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거리들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학생들에게 금융 용어를 쉽게 푼다면 어떻게 표현하여야 하나? 주식 투자를 간접경험 혹은 직접 경험이 가능한 방법은 무엇인가? 거시 경제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이해하기 쉬울까? 기업의 재무제표를 어떤 방법으로 제시해야 알기 쉬울까?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답을 찾지 못했다.
애태우는 시간이 계속되고 길어지다 보니 우물을 찾게 된다고, 금융감독원의 금육교육 콘텐츠를 뒤늦게 알았다. 4개의 보드 게임과 금융 교과서 등 알찬 자료들이 보물 창고처럼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감격했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나? 어떻게 시작하지? 끙끙 앓고 있었는데, 2016년도에 벌써 위와 같은 교수학습자료들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위 자료들을 토대로 한걸음 한걸음 내디뎌 보기로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자본을 몰랐던 금융 문맹인 나는 일대 반전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