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의 최후

학교에 와 주시겠습니까?

by 콜라나무

욕쟁이는 늘 그랬듯이 새 친구들에게 대화를 하면서 욕을 했다.


"야 너는 시한부야"

"야 게이새끼야"

"이 돼지야"


일이 벌어진 것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했다.


"야 넌 시한부야, 흰 옷을 입고 있으니 6개월 안에 죽을 거야. 그 옷 입고 하늘나라 가는 거지"


악담을 들은 아이는 그날 사과도 못 받고 집에서 울고 또 울었다. 같은 날 늦은 오후 보호자에게 전화가 왔고 난 욕쟁이 모에게 연락을 했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호출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금요일 퇴근 전에 전화를 했다.


"어머니, 다음 주 월요일 학교에 와 주시겠습니까?"


"(철렁 내려앉는 목소리로) 네? 무슨 일 생겼나요?"


" 아이가 욕을 했어요. 상대 보호자가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깊은 한숨 쉬며) 네 알겠습니다."


오늘 오후에 서로 대면했다.


욕쟁이 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아이가 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에게 죄송할 일이 아니잖아요? 우리 아이에게 해야지요?"


"ㅇㅇ야 미안하다. 내가 잘 못 키웠다. 내 잘못이야. 한 번만 우리 욕쟁이 좀 용서해 줄래?"


"이것 좀 보세요. 밤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웃으면서 사과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마음인가요?"


"너 우리 아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해."


욕쟁이는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과를 들은 아이는 용서를 했고 다시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욕을 하지 말라고 다짐을 받아냈다.


나는 오늘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물론 욕쟁이가 잘 못은 했지만 무릎까지 꿇려야 했을까.

나는 말리지 못했다. 편드는 것이냐며 한바탕 큰소리가 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학교폭력 교육을 자주 하므로 아이들도 언어폭력에 민감하다.

어느 수학 교사는 수업시간에 수학을 포기했다며 숙제를 미제출한 아이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다가 보호자에게 폭언을 듣고 충격을 받아 교직을 그만두었다.


난 오늘 울고 있는 욕쟁이 모에게 위로를 해드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면 전학을 시키겠다는 각서를 받고 끝이 났다.


욕쟁이 모는 참고 참았다. 인내하지 않으면 학교폭력사안으로 처벌받는 것이고, 이에 끝나지 않을 경우 민형사 건으로 커질 것을 알기에 꾹 참았다가 설움을 쏟아낸 것이다.


욕쟁이 모는 초등학교 졸업날 당신 자녀가 욕 쟁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

좀 더 일찍 문제행동에 대해 알았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텐데...

대게 교사들은 큰일이 아니면 보호자에게 아이들의 행동을 알리지 않고 본인이 끌어안고 견딘다.

6년이란 세월을 욕으로 살아온 아이.


보호자들에게 이번일로 조언을 하자면, 아래 질문을 제안하고 싶다. 담임교사와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질문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졸업식날까지 듣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첫째, 우리 아이가 혹시 학교에서 욕을 하나요?

둘째, 수업시간에 지각하거나 떠들지는 않나요?

셋째, 이해력 수준이 어떠한가요?

넷째, 인사를 잘합니까?

다섯째, 친구가 있나요?


둘째 질문에 대해 덧붙이자면

교사가 "아니요, 참 잘 들어요. "라는 대답이 아니면 공부를 하지 않는 당신의 자녀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또는 벌점을 많이 받겠구나 상상하거나.


셋째 질문이 필요한 이유는 절대로 교사는 당신 자녀가 이해력이 떨어진다고 말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멀쩡해 보이지만 지적으로 경계인 아이들이 반에 한 두 명 있다. 이들을 알아보는 교사는 보호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기에 침묵한다.


과거 우리 반에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아이가 있었다. 학습지원신청이 가능하다길래 이 아이를 신청했다. 교육프로그램으로 학습상담도 포함하고 있었다.

난 이 아이의 말투와 행동이 다소 낯설어 해당 상담선생님에게 구체적으로 알렸으나 정상인 범주라며 특이 사항이 없다고 했다. 난 물러서지 않고 다음회 한번 더 상담을 해보시라 요청했다.

결론은 의사소통능력이 60% 이하라는 결과지를 받았다.

보호자는 분노로 가득 차 상담선생님을 공격했다.

알고 보니 그 집안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였던 것이다.

누나도 동생도 있었지만 지적능력이 이 아이 이하였고, 어머니가 남편과 자녀를 부양하고 있었다. 온 집안이 지적능력이 부족한 가족원이었다. 이는 상담선생님이 어머니까지 검사한 결과였다. 너무나 고마우신 분이다.


난 이 아이를 고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했다.

중학교3학년을 담당했기에.

만약, 이 아이의 지적상태를 미리 알고 준비했더라면 자동으로 편안하게 원하는 학교에 입학했을 것이다.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입시 한 달 앞두고 학교에 남아 면접연습을 했다. 휴대폰으로 영상촬영하고 피드백하는 방법으로 계속했다.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질문지 10개 정도를 만들어 연습해 오도록 지도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당연 합격이었다.

이 날 많이 기뻤다.


네 번째 질문은 예절이 몸에 밴 학생들이 있다.

난 예의 바른 학생에게 자주 말한다.

"ㅇㅇ야 오늘 집에 가서 보호자에게 꼭 전해줘. "

"뭘요?"

"자네 보호자가 부럽다고."

"왜요?"

" 이렇게 예쁜 자네를 낳아주셨잖아"


다섯 번째는 자녀가 사회성이 좋은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질문이다. 이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독립성향이 커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무릎 꿇은 욕쟁이 아이로 언짢아 글이 길어졌다. 글을 쓰면 마음이 좀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내일은 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생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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