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라나무 Oct 05. 2021

고추나무야.

2021.10. 05.(화)

이름 모를 조그만 풀인가 싶더니, 휴일이 지나 욱 커버린 너. 드디어 정체를 알았다. 너는 고추나무야.

첫 열매를 드러냈을 땐  인기였어. 모두들 너를 만지며  떼었지. 너도 즐거웠을 거야. 선택받는 일은 기쁜 거잖아.


시간이 가면서 관심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떠났어.

그래서 너는 슬펐니? 화가 났니?  

난 알아. 호감을 다시 받고자 더 노력했지.

며칠 있으니 새빨간 열매로 변신했잖아.


난 네가 너무나 아름다웠어.

녹색 옷에서  빨간색 옷이라니.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야. 반전이었어. 칭찬해.

매혹당해서 이끌리듯 널 선택했어. 기억하지?

자주 만났어. 너는 속도를 내더라? 더 많은 열매를 줬잖아.


요사이 기운 없이 서 있는 널 보면 아파와.

너무 많은 열매를 감당할 수 없었어.

너는 열매로 사랑을 표현했는데 말이야.

그 사랑을 온전하게 받아주지 못해 미안해.


넘치는 사랑을 준 너는 내가 떠나도 말이  없어.

사람들이 외면해도 침묵하지.

생기 잃은 열매를 떨어뜨리며 기다리잖아.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하루 이야기는 일상에서 관찰한 것들을 모은 글이에요.


<해설>  어느 날인가 교정에 새싹들이 올라왔어요. 풋고추가 열리더니, 홍고추로 변해갔어요. 색이 예뻐서 며칠 떼니, 더 많은 열매가 나오고, 또 나와요. 먹는 일이 벅차서 그만뒀더니 시들해지고 저절로 열매가 떨어지는 모습이 안타까워 추억하려고 습작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