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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나무 Dec 17. 2021

9반 반장

2021. 12.17.(금)

출근길에 나는 발열 측정기 앞에 섰다. 새로 들여온 기계가 얼마나 똑똑한지 "가까이 와 주십시오" , "정상입니다" 등 말을 한다.  통과한 후 교실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서 9반 반장을 만났다. 쭈빗쭈빗 서 있길래, 바로 보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 선생님, 삶이 고단해요." 

나는 목젖을 열고 크게 웃고 말았다.

아이가 서 있던 자리는 원래 교사 자리였다. 매일 아침 등교지도를 위해 계셔야 할 분이 갑작스럽게 PCR 검사를 받아야 해서 지참하는 바람에 대신 서 있었던 것이다.


담임교사들은 교실에서 조회와 출결 확인, 아이들을 살펴야 하고 비담임 교사들은 매일 발열체크와 등교지도를 하므로 구멍이 나면 대체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잠깐 부탁을 한 모양이다.


아이가 넋두리하듯 힘 없이 나온 말이 어찌나 웃기던지, 표정까지 일치하니 정말 웃겨 멈추기 어려웠다. 아이는  계속해서 신세타령이다. 나는 웃다 눈물까지 보였다. 추울까 봐 학생 옆에 난로를 놓아, 따뜻한 온기도 모락모락 느껴졌다.


 교육부가 전면 등교를 외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2/3 등교를 시작한다. 당장 다음 주부터 3학년은 원격수업을 듣는다. 등교했다가 별안간 확진자가 나와 원격으로 전환한 후 다시 등교하던 중에 또 원격이다. 혼돈 속에서 이 아이는 30분 넘에 서 있어야 하니, 삶이 고단할만하다.  

삶이 고달픈 이들은 또 있다. 선도부 학생들이다. 매일 교사들과 함께 일찍 나와 등교지도를 하는 아이들이다. 나도 요즘은 일어나기 힘들고 부담이 큰데, 이들은 보상도 없이 자율적으로 행동한다. 이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 부끄러워질 때도 있다. 어린 학생들은 나의 스승이다.


나는 바란다. 아이들이 고단하지 않은 위드 코로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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