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꼭 자랑하고 싶어!

03. 내 할매 순옥

by 강날개


내게는 특별한 자랑거리가 있다.


남들은 웃어넘길 하찮은 이야기가 나만의 자랑거리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나는 지금 까지 나와 같은 경험을 가진 또래를 본 적이 없다. 서울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반응은 하나로 수렴한다.


"뻥치지 마 진짜ㅋㅋㅋㅋㅋㅋㅋ"


그들의 반응을 보며 깨달았다.

아! 내가 엄청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잖아!!

웃기지만 괜한 자부심이 솔솔 피어오른다.


둘째, 이 자랑에는 유효기간이 붙는다.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이야기해 기억에 오래 남기고 싶다.



내 자랑은 바로 이거다.



“여보세요. 여기 날개네 덴요. 치킨 한 마리 갖다 주소.”

“예. 금방 갖다 드릴게요.”


하나 더 있다.


“여보세요. 여기 날개네 덴요. 짜장면 하나 갖다 주소.”

“날개 내려왔당가? 좀 만 기다리소.”



내 이름이 주소가 되는 마법!






목포에 내려오면 내가 꼭 먹는 두 가지의 음식이 있다.

바로 치킨과 중국집. 이 두 집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치킨집은 한자리에서 20년 가까이하셨고, 중국집은 아빠 젊은 시절에도 있었다고 하니 나보다 언니인 셈이다.


소위 말하자면 우리 집은 두 가게의 오래된 단골이다. 사람들은 이게 왜 자랑거리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요즘은 어플로 클릭 몇 번이면 빠르고 깔끔하게 배달이 오는 세상에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게 귀찮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오래된 단골집이 있다는 게 내가 사람들의 온기 속에서 자라났음을 느끼게 한다.


내 또래에게는 없는 나만의 낭만 같달까.






“짜장면 먹을래?”

“닭 먹을래?”


온종일 할매가 나를 보며 묻는다.


“할매, 방금 밥 먹었잖아.”

“그래도.”

“............ 그래. 먹자!”


굳이 찾아볼 필요도 없이 머릿속에 저장된 번호를 누른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사장님이 전화를 받았다.


“여기 날개넨데요. 치킨 한 마리 가져다주세요! 닭다리로만요! ”

"날개 내려왔냐?"


세상 제일 맛있는 치킨이 금세 내 앞에 도착했다. 할머니 앞으로 먼저 닭다리를 내밀었다. 신나게 먹다 보니 할매 손이 멈춰있다.


“맛없어?”

“다 그냥 그래.”


목포에 가끔 내려오면 할매는 기가 막히게 하루 세끼를 차려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그대로.

할매의 부엌은 언제나 온기로 가득했고, 그 보글보글 소리들은 또 나를 키웠다. 할매가 쓰러진 이후에 가장 그리운 한 가지는 그녀의 음식이었고, 가장 후회되는 한 가지는 레시피를 묻지 못했다는 거였다.


이제는 더 이상 요리를 해줄 기력이 없는 할매가

나에게 묻는다.


그 치킨집은 어떤지.

거 있는 중국집은 어떤지.


그리고 또 내게 묻는다.


"맛있지?"

"최고지!"

"다행이다 어여 먹어"


다행이다 말 뒤에 못 해 줘 미안하다는 말이 함께임을 알기에 평생을 먹이고도 여전히 나는 그녀에게 안쓰러운 사람임을 알기에


할매가 덜 미안할 수 있게 덜 걱정할 수 있게

내 자랑거리가 아주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진심으로 기도해 본다.

두 사장님의 건강과 행복을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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