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 동생이 결혼한대요!

04. 내 보물 깡보

by 강날개


다가오는 1월 17일

깡보는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

그의 영혼의 짝은 먹보. (본인이 원한 애칭입니다)

둘은 8년의 연애 끝에 서로의 안식처가 되기로 했다.






먹보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여름이었다.

큰 키와 다부진 체형을 가진 먹보는 깡보의 취향 저격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말 수는 적지만 시종일관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하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려 노력하는 예쁜 청년이었다.


깡보는 유별나게 먹보와 내가 함께 있는 걸 좋아했고, 우린 자주 만났다.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방송보도과를 졸업한 먹보는 카메라감독 일을 시작했고, 그 당시 나는 독립영화와 광고일을 하고 있던 터라 우린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업계에 대한 고충과 고민, 미래에 대한 방향성이 흔들릴때마다 우린 서로를 떠올렸다. 때론 친구로, 때론 동료로 그는 언제나 내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둘은 사실 오래전부터 결혼을 꿈꿨지만, 그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제법 긴 세월이 필요했다. 사회인으로서 자리 잡는 시간과 양가의 경제적 지원 없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환경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그 현실의 터널을 지나가는 동안 둘은 이따금 부딪히기도,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터널 끝자락 빛에는 꼭 서로 함께여야 한다는 걸.


그 일념으로 두 사람의 결혼준비가 시작되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결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만가지 선택사항과 조율, 예기치 못한 변수는 그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깡보에게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고민들이 있었다.


오랜 기간 왕래 없이 지낸 엄마를 초대할 것인가?

이혼한 엄마 아빠를 혼주석에 함께 앉힐 것인가?

먹보네에 비해 가족, 지인수가 적은데 괜찮은가?

시댁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밖에도 내가 알 수 없는 고민들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깡보는 가끔 내게 찾아와 서럽게 울었다.


"나는 왜 남들이 안 하는 고민을 해야 해!! 으아앙!"

그렇게 눈물을 한 바탕 쏟고는 꼭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무사히 잘 끝내야 언니도 잘 끝낼 테니깐. 잘해볼게!"

엉덩이에 뿔이 나던지.. 털이 나던지... 여튼


이 험난한 과정을 거친 먹보와 깡보.

2026년 1월 17일 드디어 결혼.






TO. 먹보와 깡보에게


이건 결코 먹보를 향한 경고성 편지는 아닙니다.

그렇게 비춰 질 수 있으나 악의는 없습니다.

먹보님, 아시다시피 저는 합기도 3단이며 킥복싱을

제법 잘합니다. 네... 그렇다고요.. 하하하


이건 결코 깡보를 향한 항의성 편지는 아닙니다.

그렇게 비춰 질 수 있으나 악의는 없습니다.

깡보님, 먹보님 잘생기지 않았냐고 그만 물어봐주세요. 자매의 취향존중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랑하는 그대들

나보다 먼저 어른이 되는 그대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씩씩하게 이 과정을 거쳐온 그대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깡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게 연락해 상황을 알려주고 걱정 말라며 다독이는 먹보가 있어 저는 늘 든든합니다. 어떤 상황에도 누나! 제가 더 잘할게요! 예쁜 말을 해주는 그대가 깡보의 짝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영원한 내 보물 1호를 잘 부탁합니다.


저는 늘 곁에 있지 않아도 가끔 뒤돌아보며 그대들이 잘 걷고 있는지 묻고, 쉬고 싶을 땐 언제든 안길 수 있는 언니 그리고 누나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내 보물들,

진심으로 결혼 축하하고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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