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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조식은 맛도,
뷰도 언제나 성공적

[4일차] 아직은 떠날 준비가 되지 않은 발리에서의 마지막 날

by J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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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묘한 상실감이 드는 아침이었다.


어제와 똑같이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눅눅하지 않고, 창문을 열면 보이는 발리 특유의 자연 풍경은 예뻤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점, 그래서 조금의 우울감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20230704_082025.jpg 너를 떠나고 싶지 않아

밤 비행기를 타고 지옥 같았던 경유를 또 해야 했기에, 나는 메이크업 대신 짐 싸기를 택했다. 파워 J형 인간인지라 이미 전날 밤부터 어디에 뭘 넣고 뭘 들고 다닐지 종류별로 정리해놓긴 했지만, 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살펴야 짐싸기의 완성이니까. 일어나서 짐을 싸는데도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우붓에서 스미냑으로 옮긴 것처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느낌이랄까.


20230704_082619.jpg 식당 가는 길 조차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날인데도 일정이 제법 많았기에 얼른 조식을 먹으러 나갔다.

레스토랑은 또 대로변에 있어서 원래는 호텔 내부 차량을 타고 나가야하는데, 마지막인 만큼 걸어서 갔다. 나무랑 꽃들이 많이 있는 게 너무 예뻐서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 같았다.


여담이지만, 발리에서 찍은 사진들이 다 너무 예쁘고 무드 있어서 지금 포토 프린터 사려고 알아보고 있다. 일기를 쓰거나 별도로 다꾸가 취미인 사람에게 이런 감성 사진은 꼭 실물로 뽑아서 붙여놓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는 거.


20230704_082717.jpg 요기가 바로 조식당

AMADEA RESORT 조식은 7시부터 11시까지 이용 가능했다. 다만 뷔페식을 이용하려면 10시까지 가야하니 시간 꼭 기억하기. 우붓의 조식 레스토랑이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는 기분이었다면 스미냑은 마치 유럽 브런치 카페에 온 것 같았다. 오픈형으로 되어 있어서 쨍한 햇빛으로 밝은 분위기의 밖을 볼 수 있었다.


20230704_082911.jpg 오픈형이라 햇빛이 잘 드는 게 너무 좋았다
20230704_082916.jpg 저기서 요청하면 써니사이드업 해주시는데 존맛.

뷔페식인것도 좋았다. 여러 음식들을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었는데, 나는 내 사랑 미고렝과 토스트, 베이컨, 치킨 소세지를 가져왔다. 그리고 별도로 요청하면 계란후라이도 해주시는데, 여행지에서 먹어서 그런지 고소하고 너무 맛있었다.


1688464870253.jpg 친구가 찍은 팬케이크. 시럽 없는 게 아쉬웠다.

그리고 팬케이크를 주문할 수 있어서 2장 시켜봤는데 개인적으로 엄청 맛있는 건 아니었다. 시럽이 없어서 그냥 빵 고유의 이스트향이 많이 느껴지고 포슬포슬한 정도도 조금 덜했다. 그런데 같이 먹은 친구는 굉장히 만족해하면서 한 장을 다 먹어서 그냥 개인차 있음이구나 싶었다.


20230704_083245.jpg 내 자리에서 본 야외조식 뷰. 유럽 아니냐구.

이 레스토랑 아웃뷰가 너무 예뻤다. 이렇게 햇빛을 받으면서 커피 한 잔에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성적이었다. 이 여유로움과 권태가 내가 발리를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인 것 같다.


20230704_085947.jpg 아침 느낌 너무 좋아서 찍은 도로샷.
1688464997997.jpg 네이처리 한 느낌이 좋다.

식사 후에는 어제 나의 체력 이슈로 못 갔던 호텔 수영장에 갔다.

밤에 보는 것보다 해가 쨍쨍한 아침에 오니까 훨씬 예뻤다. 건물 외관이랑 인테리어 색감들이 조화로워서 사진을 찍으면 굉장히 고급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친구는 수영장에 들어가고, 나는 썬배드에 누워서 친구 사진도 찍어주고 따스한 햇살을 잠시 즐겼다. 정말 잠시 즐겼다. 5분쯤 지나니까 찜기에서 구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얼른 타올 밑으로 숨었다. 그래도 더워서 발만 담근 채 있었는데 물이 시원해서 더위도 좀 가시는 기분이었다.


20230704_095934.jpg 썬탠 하려고 했는데 발화할 것 같아서 포기.

역시 사진은 자연광이 있어야 예쁘다. 이거 전에도 한 번 얘기했던 것 같은데, 너무 인생의 진리 같아서 다시 얘기한다. 새빨간 원색의 원피스를 사고 색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내내 못 입다가 마지막 날이니까 용기 내서 입었는데 사진에 예쁘게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20230704_093738.jpg 발 사진 쨘

사실 수영장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스파 예약시간이 다가와서 자리를 옮겼다. 근데 체크아웃 하고 이러니까 제법 시간이 걸려서 예약시간에 약간 늦었지만...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바이크 잡아서 갔다.


https://goo.gl/maps/STmvbGRD1Vsbzmjy9

스파는 여행 첫날 우붓에서 받고 두 번째였다. 첫 번째 스파가 너무 별로였어서 그닥 큰 기대는 안 하고 갔는데, 여기는 실내부터가 달랐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신다고 했는데, 진짜 무슨 드라마에서 보는 고급 마사지샵 같은 느낌이었다. 내부도 엄청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발리에서 보기 힘든 차분한 톤이었다.


20230704_104922.jpg 내부도 넓고 좋았다. 청담동에 온 듯한 익숙함.

여기는 마사지 진짜 좋았다. 일단 마사지 받는 공간이 별도로 분리가 되어 있었고, 마사지사 분들이 발부터 씻겨주시고 중간중간에 지압 정도 괜찮은지도 물어보고 굉장히 잘 맞춰 주셨다, 친구 말처럼 막 새로 태어난 기분까지는 아니었지만 뭔가 몸이 부드러워진 기분이랄까. 여기는 295,000 루피아로 가격대가 조금 있었는데 그래도 좋았다.


https://goo.gl/maps/tbAVVdneqEcRQhD87

마사지 끝나고 애프터 드링크도 주셨는데, 가게 내부가 너무 춥기도 했고 비행기 시간 전까지 전부 즐겨야 했기에 촉박해서 한 입 정도 마시고 얼른 나갔다.

다음 행선지는 4일 내내 친구의 소망이었던 빈땅 슈퍼마켓. 여기도 바이크 타고 갔는데, 아니 기사 아저씨가 나 인니어 할 줄 아는거 보시고 계속 뒤돌아서 말을 거셨다. 앞에 차가 그렇게 많은데 자꾸 뒤돌아봐서 사고 날까봐 너무 무서웠다. 앞에 봐달라고 했음..


20230704_122553.jpg 무슨 영화 오프닝 로고 같다.

그래도 다행히 무사고로 슈퍼마켓에 도착했다.

인터넷 후기로 크고 물건도 많고 좋다는 걸 봐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넓고 컸다. 살짝 코스트코 느낌이랄까. 여기서 이제 회사 사람들 간식거리 사가려고 했는데, 여기 마저도 발리에서만 먹거나 구할 수 있는 간식들이 없었다. 죄다 해외 초콜렛 뿐이라 동기들이나 친한 사람들 거는 그냥 해외 초콜렛 구매하고, 팀 분들께는 그나마 발리에서 유명한 코코넛이 들어간 간식들을 샀다.


20230704_122720.jpg 진짜 왕왕 크다. 마트구경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천국.

그리고 여기에서 내 간식도 아주 잔뜩 샀다. 내 사랑 쿠수카칩 맛별로 구매하고, 바나나킥 같이 생긴 허니치즈볼도 있길래 하나 샀다. 이거 맛이 너무 궁금해서 집에 오자마자 뜯어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과자 봉지가 엄청 큰데, 맥주랑 먹으면 냅다 한 봉지 뚝딱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리 과자를 못 사와서 좀 아쉬웠다.


크기 때문에 캐리어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친구 기념품으로만 하나 샀는데, 그냥 어떻게든 쑤셔 넣고 사올걸 후회된다. 이외에도 여기 껌이 맛있길래 껌이랑 나시고렝 소스, POP MIE도 잔뜩 샀다. 엄청 많이 샀는데도 3만원 조금 넘게 나왔다. 더 살걸. 한국이었으면 벌써 10만원 넘었을텐데, 역시 싸긴 쌌다.


20230704_131456.jpg 제일 먹어보고 싶었던 망고스틴. 난 언제쯤 망고스틴을 먹어볼 수 있을까.

과도가 없어서 못 샀지만 아쉬운 마음에 구경이나 했던 과일 매대들. 항상 동남아시아 쪽 갈 때마다 망고스틴 꼭 먹어야지 결심하고 못 먹었는데, 이번에도 못 먹었다. 생각보다 과일 구해먹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대형 마트에서나 구할 수 있기도 하고, 심지어 과도가 없어서 먹기도 애매하다. 그리고 이런 달달한 과일 먹으면 어쨌든 개미가 나와서... 나는 이미 5년 전에 살던 곳에서 개미지옥을 경험했기 때문에 뭐든 숙소에서 먹는 건 좀 지양이라 결국 또 못먹고 말았다.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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