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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Mar 08. 2022

결핍된 사람에게 소속감은 얼마나 절대적인가

[CREEPY#2] Midsommar by Ari Aster

⚠Warning : Spoiler


출처 : 네이버 영화 '미드소마'


나는 호러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포크 호러 장르를 가장 좋아하는데, 아리 애스터의 <미드소마>는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포크 호러 영화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미드소마'

아리 애스터 감독은 전작 ‘유전’에서도 그랬듯, 장면 하나하나의 미장센과 그것을 연출하는 기법이 매우 뛰어나다. 그리고 이러한 섬세함은 영화 ‘미드소마’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벌어지는 상황을 느긋하게 보여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함으로써 계속 화면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러한 느린 전개는 후반부로 갈수록 기이하고 이상한 마을의 분위기와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극대화하여 관객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한다. 스토리가 클라이맥스로 올라가면서 드러나는 마을의 충격적인 실체는 한밤중에도 벌건 해가 떠 있는 백야 현상처럼, 그 모든 잔인함과 기괴함을 과할 정도로 우리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가져다 놓는다. 그와 함께 쌓여온 답답함이 순식간에 공포심으로 전환되면서, 마치 나 역시도 숨을 곳 하나 없는 새하얀 스웨덴의 끔찍한 마을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듯한 그런 미쳐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처럼 서두르지 않고 느릿한 속도로 공포심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아리 애스터의 연출 기법과 그 어떤 것도 감추고 숨길 수 없는 밝은 태양 아래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영상미는 볼 때마다 항상 감탄하게 만들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미드소마'

내용적인 면에서도 <미드소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미드소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소속감'이었다. 이 작품이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대니는 결핍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의존적이고 정신적으로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데다가 하루아침에 가족을 모두 잃어버리기까지 한다. 극단적인 외로움을 느끼는 그녀에게 모두가 가족이고 형제이며,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심지어 죽음과 애도까지도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스웨덴의 한 마을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순환을 이야기하며 72세가 된 사람은 절벽에서 투신해 자살을 해야 하고, 외부인을 잡아 산채로 불태워 제물로 바치는 그 마을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결코 정상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니는 결국 마을을 떠나지 못한다. 오히려 점차 그 공동체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앞치마를 매고 요리를 하며 공동체의 ‘업무’를 분담하기 시작한다. 조금 더 지나자 그들의 옷을 입고 직접 축제에 참가하며 구성원들과 유대 관계를 쌓아 나간다. 그리고 대니는 그 축제의 주인공, 메이퀸이 됨으로써 최종적으로 그 마을의 일원이자 가족으로 완전히 정착하게 된다. 


출처 : A24 'Midsommar' 트레일러 캡처

대니를 통해 <미드소마>는 결핍으로 가득 찬 사람에게 '소속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온전히 대니의 관점으로 본다면 해피엔딩이다. 집단에서 버려지고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대니에게 다시는 혼자 남겨질 일이 없고 그토록 바라 왔던 공감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나도 그들의 일원이 되었다는 소속감을 선사하는 공동체는 완벽한 유토피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대니는 사실 알고 있었다. 이 마을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도, 토착 의식을 빙자한 끔찍한 학살과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최고의 결핍을 채워주는 소속감은 너무나도 치명적이고 절대적이어서 대니는 결국 그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이 마을에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만족한다. 러닝 타임 내내 무표정하거나 울기만 하던 대니가 엔딩 씬에서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다. 그녀가 속한 공동체가 무엇이든, 그 안에서 대니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던 것을 얻었다. 완벽한 해피엔딩인 것이다.



Rating :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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