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호수

비 내리는 호수를 걷다

by 여행강타


요 며칠 많은 비가 내렸다.

당연히 저녁마다 인근 운동장 뛰기를 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 창문을 통해 보이는 모락산 능선이 운무를 산 정상위로 밀어 올리는 것을 보니 오늘은 비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TV에 연결된 블루투스 짱구에게 날씨를 물어보니 오늘은 비가 오지 않을 거라고 알려줬다. 하늘은 조금 잿빛이지만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 순간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 전 오늘은 비가 오지 않을 거라는 블루투스의 말이 거짓이라는 게 바로 들통나 버린 꼴이 되었다. '믿을 블루투스 하나 없네'를 중얼거리며 되돌아 집으로 올라와 비옷을 챙기고 장우산을 챙겨 다시 나섰다. 마음이 잠시 주저했지만, 오늘은 백운호수를 걸어야겠다고 작정한 날이니 날씨가 어떻든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호수를 차로 한 바퀴 돌아 새로 조성해 놓은 수변 무대 잔디광장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겠다고 비옷을 걸치고 장우산을 쓴 후 호수 가장자리에 설치해 놓은 테크길을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빗줄기가 갑자기 잦아들더니 이내 거짓말처럼 그쳤다. 짧은 시간 동안 변덕을 부리는 날씨가 내 마음을 쓸데없이 건드렸다. 비가 멎자 남은 것은 습기였고, 그 습기는 더위와 뒤섞여 나를 짜증 나게 했다. 얼른 비옷을 벗어 허리춤에 묶었다. 접어든 장우산은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그늘 없는 호수를 잰걸음으로 걷다 보니 커다란 그늘막을 설치해 놓은 곳에 다다랐다. 초록빛 그늘막은 햇빛과 비를 피해 쉼을 갖기 충분했고, 몇몇 사람은 그곳에 앉아 호수 풍경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비 그친 잠깐에 모터보트를 타며 물 위를 내달렸다. 본인들도 시원하고 즐거웠겠지만 보는 이도 시원함에 살짝 미소 짓게 했다.


호수 둘레길을 3분의 2쯤 걸었을 때, 하늘은 다시금 짙은 잿빛으로 변해가더니 급기야 전보다 더 굵고 세찬 빗줄기가 쏟아내기 시작했다. 허리춤에 묶었던 비옷을 다시 입고 장우산을 활짝 펼쳤다. 하지만 커다란 우산도 튕겨져 올라오는 빗물은 어쩌질 못했고, 정강이 아래 바지는 금세 다 흠뻑 젖어버렸다. 비는 쏟아지지만, 우비와 우산이 무색하게 옷은 젖어갔지만, 빨리 차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비를 즐기고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비 오는 호수를 촬영했고 감상했다. 호수는 빗속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드러냈다. 물결 위로 파문이 잔잔히 퍼지고, 안개 같은 비가 호수 전체를 감쌌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빨리했지만, 나는 오히려 천천히 걸었다. 빗속에 잠긴 풍경을 더 오래 보고 싶었다. 비 내리는 호수를 보며 마음은 차분해졌고 편안함마저 들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우중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 50분이 소요됐다.

햇볕에 지쳐 걷는 것보다 빗속에서 걷는 시간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무서운 생각도 들긴 했지만 중간중간 나처럼 우중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놓였고, '한 번쯤은 이런 산책도 괜찮지 않아?' 스스로 묻는 산책이기도 했다. 비를 맞으며 걸은 날이 내 기억 속에서 오래 남을 것 같다.


백운호수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에 위치해 있음.

인공 저수지로 농업용수를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1953년 9월 완공.

국제 관광 공식 문서 기준: 약 363,638㎡.

위키백과 기준: 약 41ha (410,000㎡).

백운산, 청계산, 모락산이 호수를 감싸며 물길을 이루어 낸 수려한 풍경이 특징으로, 의왕의 자연 8경 중 하나로 꼽힘.

초기에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저수지였으나, 인근 신도시 개발 이후 기능은 줄고 관광과 휴식 공간 위주로 운영 중.

카페, 유명빵집, 유명 음식점, 모터보트 등의 여가시설이 자리해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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