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값

by 여행강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란 말이 있다.

같은 말이여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듣기 좋은 말이 되기도 하고 듣기 싫은 말이 되기도 하므로 말을 가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짧은 속담처럼 말을 설명하는데 적절한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같은 의미를 담고 있어도 어떤 말투로, 어떤 표정으로,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이다.

가끔 기분이 상하는 말을 들을 때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의식하며 할까? 아니면 생각 없이 그냥 뱉어버리는 걸까?


살다 보면 말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화가 나기도 한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에게 들은 말이라면 흘려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와 연관 지어진 상대방으로부터 들을 때면 화가 한참을 갈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만약 말에 값이 있다면 어떨까? 말을 하기 전에 값을 치러야 한다면, 사람들은 함부로 말하지 않을까?

나는 말을 많이 아끼는 편이다. 혹여 실수라도 할까 봐.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까 봐. 그래서 어느 자리를 가든 말을 주로 듣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침묵이 배려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무심함이고, 애써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상대방에게 '나는 너에게 관심이 없다'는 싸늘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는 것도. 그러니 '하지 않는 말'에도 값은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말에 무게를 따지는 건, 내가 생각이 너무 많아서일까.

어떤 이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법한 말에 내가 너무 오래 매달려 있는 건 아닐까.

세상은 원래 거칠고 무심한 곳인데, 내가 괜히 예민하게 받아들여 힘들어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상대는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일 수도 있다. 정말 생각 없이, 깊은 의미도 없이, 그저 순간의 기분에 따라 툭 내뱉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듣는 내가 상처를 받았다면, 그 말은 이미 값비싼 무게를 가진 것이다.

말은 말한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말을 듣는 이의 가슴에서 새로운 감정을 얻는다. 그 감정이 나를 괴롭히는 가시가 될지, 따스한 햇살이 될지는 결국 '어떻게 말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렇다고 해서 말을 무조건 삼가고 입을 닫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조심스럽게 다듬어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할 말을 머릿속에서 여러 번 생각한 뒤 그 말이 과연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없는지 살펴보는 과정. 그 짧은 '생각과 여과'가 말의 값을 낮추고, 말의 품격을 높일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좋은 말은 상대를 살리고, 나쁜 말은 오래도록 독처럼 남는다는 것을.

그런데 왜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을까. 혹시 말이 너무 흔해서, 누구나 할 수 있어서, 그래서 그 값어치를 잃어버린 걸까.


말의 값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한마디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될 수도 있고, 무너뜨리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세상은 여전히 거칠고 사람들의 말은 여전히 가볍게 흘러가지만, 적어도 나는 내 말을 의식하고 살 것이다.

말의 값이 있다면, 나는 값비싼 상처가 아닌 값진 위로를 남기고 살 것이다.

나의 숙제인 무표정, 중성적인 말투를, 온화한 표정과 상냥한 말씨로 바꿔나갈 것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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