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
의리(義理)는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옳을 의(義)와 다스릴 리(理)가 합쳐진 말로 옳은 도리를 의미한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와 신의를 뜻하는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의리를 검색하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
남남끼리 혈족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예전에는 의리가 남성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의리 하나로 산다며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동료를 위해 희생했다. 그 세계는 종종 과장되고, 때로는 폭력과 결합해 왜곡되기고 했다.(영화이니까)
나는 의리란 단어의 뿌리를 달리 본다.
의리는 사람 사이에 놓인 신의(信義)이며, 상대를 향한 책임감이고, 함께한 시간에 대한 예의다. 그것은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품격에 가깝다.
젊은 시절엔 의리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수많은 관계를 맺고 나이 들어가다 보니, 의리가 없으면 관계는 금세 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의리는 결국 끝까지 남는 마음이다.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져도, 그 자리를 지키는 마음. 아무리 상황이 변해도 변명하지 않는 마음이다.
나는 의리를 거창한 희생으로 보지 않는다.
큰소리로 약속하고, 목숨 걸 듯 지켜야 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작은 신뢰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일한 사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것, 오랜 친구의 부탁을 귀찮다고 넘기지 않는 것. 그것이 의리라 생각한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돌아가고, 관계는 얇아지고 있다. 이익이 사라지면 인연도 사라지는 시대.
살다 보면 의리를 지키는 일이 손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도움을 줬는데 배신을 당하거나, 정을 줬는데 돌아오지 않을 때, 마음이 허탈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손해가 결코 손해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내가 의리를 지킨 만큼, 나 자신이 뿌듯하고 흔들리지 않은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상대가 변해도 나는 내 자리를 지켰고, 나 자신에게 준 신의는 바로 나였다.
의리는 결국 남에게 잘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나를 배신하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의리는 인간관계의 윤리이자 자기 존중의 한 형태이다. 누군가에게 끝까지 따뜻한 사람이 되는 일,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품격 있게 만드는 힘이다.
나는 나이 들어가는 늙은 여자이지만, 지금도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의리를 실천하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힘들어할 때 조금 더 일손을 보태고, 오래된 친구가 실수를 하면 충고나 솔루션을 제시하지 않고 기다림을 택한다. 내게 의리는 조건 없는 동행이다.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줬느냐보다, 내가 그 관계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런 마음이 쌓일 때 삶은 단단해진다.
의리를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기본적인 품성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친구 사이에도, 사회 구성원 간에도 필요한 끈이다. 그 끈이 연결되지 않는다면 세상은 믿음도 정도 없는 메마른 세상이 된다. 정이 없는 관계는 금세 차가워지고, 믿음이 없는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의리는 믿음과 정의 교차점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의리를 지킨다는 건, 그 사람을 내 삶의 일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단순해진다. 돈보다, 명예보다, 결국 남는 건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 사이에 남는 건 의리다. 의리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조용하고 단단하다. 의리는 말보다 행동으로 드러나고, 약속보다 마음으로 느껴진다. 나를 믿고,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몇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