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알려준 나

그렇구나!

by 여행강타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볼 때, 나는 항상 같은 사람을 본다. 매일 마주하는 그 얼굴, 그 표정,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마음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최근 한 지인의 말 한마디에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나는 이랬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 심심한 것을 참을 수 없어 항상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사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끼고,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할 때 스스로를 뿌듯해하는 사람. 이것이 내가 나를 파악한 나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점점 힘들어지고 예전처럼 활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무거워지고 마음도 쉽게 지쳤다. 낮잠 자는 것을 싫어해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던 일이 올해 들어선 외출 했다 들어오면 무조건 낮잠을 잔다. 참아보려 해도 저절로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나는 당연히 이런 현상을 에너지 부족 탓으로 여겼다.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떨어지고,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 이제 정말 나이를 먹었구나. 예전처럼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 이런 생각에 조금 슬프기도 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배울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에 서운함도 있었다.


그런 내게 한 지인이 전혀 다른 관점에서 나에 대해 말해주었다.

"내가 요즘 너무 힘들어. 에너지가 너무 없어. 좋아하지도 않는 낮잠을 매일 잔다."

"언니가 에너지가 없다고요? 에너지 없는 사람이 일주일에 쉬는 날 한번 없이 공부에, 여행에, 봉사활동에, 알바까지 합니까? 젊은 우리 보다 에너지 넘치거든요. 넘치는 에너지보다 열정이 더더 넘쳐서 몸이 버텨내지를 못하는 거죠!"

'아,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나는 에너지가 부족해서 힘들었던 게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와 열정 과다로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정말 그랬다. 여러 가지 공부에, 밥봉사, 알바까지. 각각의 활동 하나하나가 모두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이었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보람에 내 몸을 생각하지 못했던 거였다. 그저 모든 것이 에너지 부족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안에 에너지가 고갈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에너지를 너무 많은 곳에 분산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지인의 말에 에너지와 열정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그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에너지는 내가 가진 원동력이고, 열정은 그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방향성 같은 것이리라. 나는 에너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열정으로 인해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깨달음은 내 삶의 패턴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 주었다. 나는 왜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할까? 왜 심심한 걸 못 참을까? 아마도 내 안에 에너지는 항상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고 싶어 하는데, 그 에너지가 출구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배우는 것을 좋아가고, 봉사활동에서 뿌듯함을 느낄까? 그것은 내 에너지를 가장 의미 있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놓치고 있는 점도 분명해졌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아무리 의미 있는 활동이라도,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열정에 취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피로감이나 무기력함을 단순히 에너지 부족으로 해석하면서, 정작 그 근본 원인인 과도한 활돌량에 대해서는 성찰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작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배움에서 조금 손을 내려놓고 에너지와 열정을 좀 더 지혜롭게 관리해야겠다고. 배움을 포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익히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때로는 속도를 늦출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모든 깨달음의 시작은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에서였다.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에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때로는 타인의 시선이 나 자신보다 나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그런 관점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는지를 새삼 알았다.

앞으로는 내 에너지와 열정을 좀 더 현명하게 배분해야겠다. 배우고 싶은 마음, 봉사하고 싶은 마음,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니,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그 마음들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지인이 알려준 나는 결국 내가 알고 있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특성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을 뿐이다. 나의 활동성과 학습욕구, 봉사정신은 여전히 나의 소중한 것들이다. 단지 그것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 것이다.

이제 나를 조금 더 잘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앎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들을 해나갈 것이다. 진정한 성장은 무작정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될 테니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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