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저자
영국 런던의 노동자 계급 집안에서 기독교인으로 태어난 아잔 브라흐마는 기독교 학교를 다니고 성가대에서 활동할 만큼 신실한 신앙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러나 17세 때 학교에서 우연히 불교 서적을 읽던 중 자신이 이미 불교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장학생으로 캠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으나 인생에서 폭탄을 만드는 일보다 더욱 가치 있는 일을 하기를 바랐고, 정신적인 삶 또는 영적인 삶에 대한 열망이 그의 안에서 커져 갔다. 결국 그는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고등학교 교사를 한 뒤 자신의 삶에서 몇 년을 떼어내 다른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태국으로 건너가 스스로 삭발하고 수행승이 되었다. 수행승이 되고서야 그것이 그가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러한 방식의 삶에 이내 편안함을 느꼈다.
어느 날 친구가 당대의 위대한 스승 '아잔 차'의 명성을 듣고 그곳에 가서 3일만 지내보자고 그에게 말했다. 그렇게 해서 아잔 차가 이끄는 숲 속 수행자들의 절인 왓농파퐁으로 간 그는 9년을 아잔 차와 생활했다. 숲 속 수행으로 철저한 배움의 시기를 보내고 난 후 그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호주로 가서 직접 벽돌 쌓는 일과 용접을 배워가며 남반구 최초의 절을 세웠다. 절을 짓는데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던 그는 직접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일과 속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절의 주지였던 아잔 자가로 가 안식년 휴가를 얻어 호주를 떠났고 , 그 후 1년 뒤 승복을 벗게 되면서 아잔 브라흐마가 그 절의 주지가 되었다. 처음에 그는 그 직책을 강하게 거부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여 열정적으로 일해 나갔다. 그는 아픈 사람들과 죽어가는 사람들, 감옥에 있는 사람들, 불교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를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만든 것은 그 특유의 유머와 통찰력으로 가득한 법문을 통해서다. 매주 금요일 절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리는 그의 법문 동영상은 전 세계에서 매년 수백만 명이 접속해 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의 법문은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어왔다. 그가 신참 수행승일 무렵 '승려의 길'에 관한 영문 안내서 편집을 맡았고, 이 안내서는 후에 서구의 수많은 불교 입문자들에게 지침이 되었다. 위대한 스승 아잔 차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아잔 브라흐마는 아잔 수메도와 더불어 그의 제자들 중 가장 지혜로운 수행승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불교계의 존경받는 스승 아잔 브라흐마의 저서로는 지난 30년 동안 수행승으로 지내면서 겪은 경험, 스승 아잔 차와 함께 보낸 일화, 고대 경전에 실린 이야기, 그리고 절에서 행한 법문 등을 모은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와 명상 안내서인 (마음 챙김, 기쁨, 그 너머)가 있다.
책 마지막 장에 요약본을 적으며 다시 한번 내용을 상기해 봤다.
인생을 살아보니 내 맘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어느 순간 모든 걸 내려놓고 시간의 흐름에 맡겨 놓았다. 그저 흐르는 시간이 주는 해결책에 순응하며 살게 되었다. 이것이 내 인생에 이리 흘러가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런 마음이 든 순간부터 안달복달하지 말고, 불안해하지도 말고 그저 기다려 보자라는 것이 어느 날부턴가 나의 철학이 되었다.
아잔 브라흐마도 어찌 본인이 수행승이 될 거라고 생각했겠는가.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기독교 학교를 다녔음에도 우연히 읽게 된 불교 서적에서 불교도라는 걸 깨달았고, 잠깐 다른 삶을 살아보고자 했던 곳에서 삭발을 하고 수행승이 되었다. 그도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흐르는 대로 따라갔을까? 그 흐름을 받아들여 마음 움직인 대로 살다 보니 깨달음을 주는 큰 수도승이 됐을까? 이 책은 위대한 스승이 되기까지의 고행보다 깨달음을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 내용을 전파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있었을까. 케임브리지에서 이론물리학을 공부한 청년이 태국 정글에서 9년을 수행하고, 호주의 황무지에 맨손으로 사원을 짓고, 여성 승려 출가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속한 전통에서 제명당하면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그 세월들. 마음의 흐름이, 시간의 흐름이 모든 걸 이겨내고 이제는 다른 이의 마음에 평화와 깨달음을 주고 있는 지금, 그는 얼마나 평온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까?
어쩌면 그가 전하는 평온함은 모든 것을 견뎌낸 후에야 비로소 얻은, 진짜 내려놓음의 결과가 아닐까. 내가 선택한 기다림의 철학도, 그렇게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결국은 나를 어딘가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