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을 다시 만났다.
어떤 생각
이해인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네"라고
오십에 시를 쓴 적이 있네
30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제
멀리 외딴 곳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이나 시 장터 언저리에
허름한 집을 얻어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 위해 기도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
결국 사람들이 사는 곳이
더 중요하다는 걸
거기가 바로 구원의 장소라는 걸
왜 이리 늦게야 아는 것인지
24년 10월 인근 성당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북토크가 열렸다.
언젠가 한 번은 뵙고 싶었던 분이라 늦은 시간이었지만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말씀은 조용하고도 단정했으며, 마음 깊은 곳을 천천히 두드렸다.
행사가 끝난 뒤 '소중한 보물들'이란 단상집을 사고 싶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끝내 포기하고 돌아서왔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맨 앞자리에 앉아 수녀님의 고운 말씀과 모습을 가까이서 뵌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틀 뒤, 성당 일에 늘 열심인 요세피나가 책을 건네주었다.
"아마 못 사셨을 것 같아서요."
그 한마디와 함께 전해진 책은 뜻밖의 선물처럼 따뜻했다. 단숨에 읽어내며, 나도 조금은 더 넓은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느 순간, 그 다짐도 수녀님도 희미해져 갔다.
독서 챌린지를 시작하며 다시 그 단상집을 꺼냈다.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꼭꼭 씹듯 읽었다. 글자마다 머물다 보니 그날 성당에서 만났던 수녀님이 다시 눈앞에 계신듯했고, 마음 한편으로 따뜻한 온기가 조용히 흘렀다.
올해는 수녀님을 만나러 부산에 가는 꿈도 품어본다.
책 속에서 만이 아니라, 다시 한번 실제의 목소리와 눈빛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