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1급을 향해
지난주 토요일, 바리스타 1급 필기시험이 수원여자대학교 인제 캠퍼스에서 치러졌다.
나는 지난해 4분기에 공부를 시작해 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다시 1급을 준비 중이다. 시험이 끝난 뒤 캠퍼스를 나서며, 내가 이 자격증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여름, 동네 지인이 커피 봉사를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왔을 때만 해도 그랬다. 마음은 바로 응하고 싶었지만, 정작 커피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우선 봉사할 카페부터 방문해 물어봤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백 퍼센트 자원봉사로 돌아가는 작은 공간이다.
"여기 와서 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자격증 있으면 돼요."
" 아, 네~~. 그럼 자격증부터 따고 오겠습니다."
그 말은 생각보다 무거운 약속이었다.
자격증 공부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기계 사용 순서를 외워야 했고, 에스프레소는 눈금이 아닌 감으로 추출량을 맞춰야 했다. 우유의 적정 온도는 손바닥으로 짐작해야 했고, 거품은 잘 만들어진 거품이 아니라 벨벳 같다는 느낌에 가까워야 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시간이었다. 주어진 15분 안에 에스프레소 네 잔, 카푸치노 네 잔을 만들고, 머쉰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정해진 멘트까지 끝내야 했다. 결국 가장 힘든 건 커피가 아니라 순서를 외우는 일이었다.
과정은 3개월이었지만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뿐이었다. 기계 두 대에 열두 명의 수강생이 나눠 써야 했다. 직접 기계를 다뤄볼 수 있는 시간은 늘 부족했다. 아쉬움과 불안한 마음에도 수강생 전원이 2급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합격은 했지만 내 마음이 흡족하지 않았다.
처음엔 2급 자격증만 취득하면 다 될 줄 알았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고, 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막상 돌아보니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만 주문하는 것은 아닐 텐데, 2급 자격증 하나만 믿고 봉사를 시작하기엔 스스로가 허락하지 않았다.
기계의 자동화로 많은 부분을 대신해 준다고는 하지만, 커피 위에 그려지는 그림은 여전히 사람의 손에서 나온다. 내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껏 예쁜 그림을 그려 손님에게 건네고 싶었고, 분쇄도 앞에서도 망설임 없이 맞출 수 있기를 원했다. 그렇게 새해를 맞아 두 달 과정의 1급에 도전했고, 지난주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사실 10년 전에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려고 한 적이 있었다. 커피 무역을 하고 카페도 운영하던 후배가 극구 말렸다.
"그걸 뭐 하러 따요. 자격증 없어도 일주일만 연습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그 말에 '그래 이 나이에 내가 그걸 따서 어디에 쓰겠어'하며 마음에서 조용히 접어두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지금은 무얼 하든 자격증이 우선이다. 나이 들어 알바를 하든, 봉사를 하든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이 자격증이다. 함께 2급을 공부했던 예순이 넘는 사람들 역시 하나같이 봉사를 하기 위해 배우러 왔다고 했다. 나 또한 내 입으로 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나는 평소에도 말을 함부로 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빈말하는 것을 싫어하고, 내가 한 말엔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이 바리스타 1급 공부는 나에게 있어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 끝에는, 성당 구역 안에 있는 작은 '마을 카페'가 있다. 그곳에서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환한 미소로 잔을 건네는 일. 그 일을 하기 위해 정신 차리고 아트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