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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Mar 13.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부모의 삶 딸의 삶


그녀의 부모님은 살아생전 금실이 좋으셨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한 번도 싸우시질 않으셨다. 그녀의 기억으로는 그렇다. 그녀는 부모님의 다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말수가 적으셨고 행동으로 말하시는 분이셨다. 새벽이면 그녀의 엄마 보다 더 일찍 일어나 부엌으로 향하셨고 가마솥에 소죽을 끓이시며 다른 솥에는 물을 데워 당신 부인이 사용하도록 하셨다. 그렇게 부엌을 따듯하게 데워 놓으면 그녀의 엄마는 그제야 부엌으로 나가 아침을 준비했다.


여행 좋아하는 그녀의 엄마는 그 옛날 시골 봄가을 단체여행에 한 번도 빠짐없이 가셨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인 아버지는 잘 다녀오라는 말과 함께 용돈을 잊지 않고 챙겨주며 배웅을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또한 못 하는 게 없는 맥가이버 셨다. 아주 옛날이었기도 하지만 벽돌을 직접 찍어 집을 지으셨고 많지 않은 농사지만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손수 다 하섰으며 남에게 손 벌리지 말고 살라는 당부를 언제나 잊지 않았다. 당신 부인의 속옷 까지도 다 사다 줄 만큼의 아내 사랑이 남다른 분이셨다.



그녀의 어머니는 조신하시고 잔소리 한번 안 하시는 전형적인 현모양처에 음식솜씨가 뛰어난 분이셨다. 바쁜 농번기에도 마당 끝 꽃 가꾸기를 잊지 않으시는, 부지런하고 천생 여자이신 그런 분이셨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철이 들어가며 늘 생각 하고 느끼는 것이 있다. 그녀 자신이 그녀의 부모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와 똑같진 않지만 자상하고 말 수 적고 가정에 최선을 다하는 남편을 볼 때, 그녀가 남편에게 뭘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척척 해결해 주는 모습을 볼 때, 아버지처럼 이해심 많고 그녀를 위하고 가족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그녀는 어떠한가, 그녀의 엄마가 최선을 다해 평생을 사신 것처럼 그녀 또한 매일매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 애쓰고 노력하며 가족을 위해 그녀가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감에 한 박자 쉬어가며 게으름을 피울 만도 하지만 타고난 천성인양 쉼 없이 몸을 움직인다. 그녀의 부모는 이렇게 아니면 저렇게 살아야 하고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그녀의 무의식 속에 부모의 삶이 잠재되었고 그녀 자신도 모르게 부모의 삶처럼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그녀는 안다. 그녀의 자식 또한 그녀 아니 그들(부부)의 삶처럼 살 것이라는 것을. 잔소리하지 않아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현명하고 센스 있게 잘 살아 낼 것이라는 것을.

살아보니 옛말 틀린 것 하나 없고,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삶을 보고 배울 것을 알기에 한순간도 헛두루 보내지 않았고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남은 삶도 부지런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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