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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Apr 17.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혼자서도 잘 놀아요~


월요일 아침 8시 30분 행여 차가 많이 밀릴까 이른 시간 그 여자는 운전을 해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으로 향했다. 많이는 아니지만 살짝 밀리는 상황이 생기니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게 커피가 시급했다. 라디오를 틀어 흘러나오는 노래에 손 박자를 맞추고 크게 따라 부르며 행담도 휴게소에 도착. 정신 차리게 해 줄 아메리카노 한잔과 아침과 점심으로 해결할 호두과자 제일 작은 봉지 하나를 사들고 다시 출발.


옆자리에는 함께 동행해주는 그 누구도 없지만 외롭지 않다. 가끔 여행길에 동행하는 그 누군가가 있지만 (어쩌다 친구, 친한 동생, 지인 언니 등) 대부분은 혼자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영화 보기, 콘서트 가기, 여행하기 등등 그 여자는 늘 혼자였다. 근무 중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은 날에는 퇴근 후 바로 영화관으로 가서 영화 한 편을 보고 집으로 갔으며, 연극이 생각나는 날에는 조용히 반차를 내고 대학로로 직행 연극을 보고 집으로 갔다. 여행이 가고 싶어 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쁜 생활 속에서 계획을 세우거나 시간을 조율해서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게 예나 지금이나 쉬운 게 아니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드가 바쁜 요즘엔 더더욱 그렇다. 바쁜 생활 속에서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그때그때 떠오르는, 하고 싶은 걸 하려니 젊어서도 지금도 혼자 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고 이제는 혼자 하는 모든 것들이 편해졌다. 오늘도 그런 날 중에 하루였다.   


혼자 하면 좋은 점도 있다.

혼자 하면 누군가와 발걸음을 맞추지 않아도 되니 좋은 점 중 하나이다. (패키지를 몇 번 가보니 시간은 물론 발걸음도 맞춰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패키지는 가지 않는다.)

먹는 것을 즐겨하지 않으니 뭘 먹을까? 어디서 먹을까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가고 싶을 때 가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배가 고파지면 간단한 요기로 평화를 찾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시끄러운 걸 싫어하니 고요히 혼자만의 사색에 빠질 수도 있고 여행지에 집중할 수 있어 그것 또한 좋다.


매주 금요일 오전 그 여자는 문화 센터에 다른 언어를 배우러 가는데 같은 반 회원에게서 천리포 수목원에 대해 듣게 되었다. 4월 말까지 목련축제가 열리고 있고 주말에 갔더니 좋더라는, 안 가본 곳이기도 하고 남들 다 간다는 꽃구경을 언제 가봤는지 기억도 없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훅하고 들어왔다. 주말에는 차 밀리는 게 싫고, 주중 일이 없고 한가한 요일은 월요일뿐이라 아침일을 재빠르게 처리한 후 나선 것이다.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고속도로의 밀림 현상이 조금 있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에 졸음을 날려주고 기분도 업 시켜줄 좋아하는 커피도 있고 배를 채워줄 호두과자도 있으니 룰루랄라 여유롭다. 수목원에 도착해 한껏 기대에 부풀어 표를 끊고 입구에서 어떻게 관람하라는 안내를 받은 후 천천히 발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초입부터 탐스런 자주색의 목련이 반겼다. 처음 보는 '처진잉키사벚나무' 꽃이 신기하기도 했고 자잘한 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별을 닮은 '별목련'도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부부팀들의 무리, 여자 친구들끼리 온 무리, 가족들로 보이는 무리, 부부, 연인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그렇게 '천리포 수목원'에서 혼자 놀기로 한가로이 여유를 부려보며 아무도 모르게 곳곳에 발자국을 남겨놓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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