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도 봄은 준비되고 있다
매스컴에서 연일 영하의 온도와 추운 날씨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지만 제법 참을만한 날씨에 살만하네를 생각하며 지내던 참이었는데 지난주부터 영하로 내려간 기온이 그 여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을 움츠려 들게 만들고 있다. 특별한 볼일이 아니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몸을 한껏 움츠리고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추운 날씨에 외출해 봐야 딱히 득 될 게 없지 싶어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마음과 생각은 이팔청춘이지만 흘러간 세월 속에 몸은 이미 노쇠해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마음먹은 대로 팔팔하게 움직여주지 않으니 자중하는 것이 상책인 겨울인 것이다.
겨울은 겨울다워야지. 추우니까 겨울이지. 겨울답게 추워야 여름에 해충이 덜한 법이야. 등등 말을 하지만 추위를 많이 타는 그녀로서는 영하의 날씨가 그리 달갑지 않다. 마른 몸에 지방도 근육도 없는 그녀는 집안에서도 패딩 바지와 패딩 조끼를 입고 생활한다. 물론 집안 실내온도를 적당히 올려놓았음에도 가스비만 올라갈 뿐 그녀의 몸 온도는 올라갈 생각이 전혀 없으니 따듯한 옷의 의존을 할 수밖에.
수시로 따듯한 차를 마시거나 뜨거운 커피를 내려 몸을 데우고 몸에 수분도 보충하지만 언제나 역부족이다. 추위와 함께 따라오는 콧물과 재채기는 그녀를 괴롭히는 악동친구이자 버려지지 않는 골칫덩어리다. 그래서 겨울은 좋아할 수 없는 계절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거실에서 내다보이는 베란다 밖 풍경위로 눈발이 날리고 있다. 아침부터 흐려진 날씨에 '오늘 뭔가 올 것 같네'라고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오후가 되면서 회색빚은 더 짙어지고 짙어진 어둠 속으로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커피 한잔을 내려 거실 탁자 위에 올리고 본 밖 풍경 속에 은행나무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이사 온 그 여자의 집은 5층인데 너무 바쁜 일 년을 보내다 보니 베란다 밖 한쪽을 장식해 주는 은행나무를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 봄에는 초록으로, 여름엔 파란색으로, 가을엔 노랑으로 변하며 아름다움을 뽐냈을 덴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지금은 하나의 잎까지도 모두 떨군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지만 그 가지 촘촘히 새잎의 새순을 도톰이 내밀고 있다. 새삼스러워 보여 문을 열고 자세히 요리조리 찬찬히 살펴보고 사진도 찍고 말도 걸어보았다.
'지난해엔 너무 바쁘게 사느라 무심하게 널 한 번도 바라봐주지 못해 미안했다. 바라봐주는 이 하나 없어도 꼿꼿이 한자리에서 너의 본분을 다하고 올해도 변화하는 계절을 보여주고자 살을 에는 이 한파 속에서도 새순에 물을 담고 살을 찌우고 있는 모습이 참 예쁘구나. 그런데 이 추위에 얼마나 힘드니? 이 힘든 만큼 올해는 널 많이 봐주도록 할게.'
새 잎을 틔우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도 생각했다. 현재의 삶을 어떻게 더 진실되고 의미 있게 만들며 살아갈까? 계속해서 무엇을 성장시키고 변해가는 법을 어떻게 배울까?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생활해야 할까? 등등.
작은 것에서 감사함을 찾고 변하는 세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유연하게 받아들여 대처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며 나무가 새싹을 틔우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고 스스로의 마음과 생각을 돌보며 자연스럽게 답을 찾으며 살아가는 한 해를 만들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