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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그녀 이야기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하루

by 여행강타

연말이 되니 여기저기서 문자와 전화가 오고 그녀 또한 답장의 문자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전화를 여러 통 했다. 그중 후배의 안부 전화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회사가 연 초부터 바빠질 것이라서 미리 회사에서 연말과 새해를 포함 일주일간의 휴가를 주어 1월 2일까지 쉰다고 했다. 서로가 바쁜 관계로 전화통화만 했었는데 지난여름 후배가 그녀의 집엘 방문해 잠시 얼굴을 본 것이 전부여서 그녀의 제안으로 새해 2일 서로 얼굴을 보기로 약속했다.


사실 그날은 그녀의 정기 검진이 있는 날이어서 아침 일찍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날이기도 했다. 지난여름부터 먹기 시작한 고지혈증 약을 6개월이 지나 다시 약을 타기 위해 혈액 검사를 해야 해서 예약되어 있었던 것이다. 동선을 최소화하고 만남의 시간을 길게 갖기 위해 병원 인근에 있는 영화관으로 약속을 잡았다. 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서둘러 약속장소인 건물 지하 3층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버튼은 다 뜯겨있고 아무런 멘트도 없었다. 넓디넓은 주차장을 헤메 또 다른 엘리베이터를 찾아 탔고 먼저 탄 사람에게 "저 혹시 영화관이 몇 층인지 아세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이 엘리베이터는 영화관에 서지 않아요. 이엘리베이터는 오피스텔 전용이라서 다시 내려가서 반대 편 것을 타셔야 해요."였다. 6층에서 같이 내렸고 엘리베이터는 계속 오라가는 상태라 계단으로 내려가려했지만 심지에 계단도 없다고 말해줬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체력이 그리 좋지 않은 데다 검사를 위해 전날 밤부터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상태다 보니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영화티켓을 예매해 준 아들이 출근하면서까지 늦지 않게 가서 예매번호로 종이 티켓 뽑아서 입장하라고 잔소리했는데 그 넘에 영화관 가는 길이 이리 험난할 줄이야. 시간이 임박해서 영화관에 도착했고, 키오스크 앞에서 열심 예매번호를 두 번 세 번 눌러도 자꾸 에러만 떴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번호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눌러도 안 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옆에선 그녀보다 좀 더 젊어 보이는 여자분도 연신 안된다고 씩씩거린다. 짜증이 극을 향해 치달았다. 뜨거운 스팀이 머리 위로 연신 올라갔다. 크게 심호흡하고 마음을 달랜 뒤 주위를 둘러봐도 도우미는 없었다. 팝콘을 튀기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말하니 한쪽 구석에 놓인 노트북으로 바로 해결해 준다. "이놈의 영화관은 올 때마다 말썽이네. 에이 다시는 여기 오지 말아야지."속으로 다짐했다. 지난해 여름 평생대학 학생들과 교수님이 보라고 권했던 영화를 보기 위해 왔을 때도 애를 먹이더니 이번에도 또...


그녀의 취향을 고려해 아들이 예매해 준 환타자, 뮤지컬의 '위키드'란 영화로 2시간 40분짜리 영화였다. 지루 할 틈 없이 영화 상영 전 짜증이 뭐였는지도 모르게 빠져 보는데 그새 시간이 흘러갔나 결말도 없이 끝나버렸다. 다음편의 예고도 없이ㅠ. "이런~ 다음 편을 보라 이거지~~" 후배와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의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영화관을 나왔다.


그녀가 주로 이용하는 영화관에는 무인 주차 정산기가 있어 무리 없이 해결하고 나오는데 이 놈의 영화관에는 그것 조차도 없다. 영화관 입구 낡은 노트북이 하나 있고 종이로 대충 써놓은 안내문과 중간중간 종이로 화면을 가려 놓은 게 딴엔 헷갈리지 말라고 한 것 같은데 그게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어쨌든 설명해 놓은 순서대로 차량번호를 마우스로 누르고 OK를 눌렀다. 된 것도 같고 안된 것 같기도 하고 아르바이트생은 무척이나 바빠 보여 물어보기도 뭐 하고 순서대로 했으니 됐겠지 하며 내려와 차를 빼는데 주차요금 만원을 결제하란다. 허걱~


아~~ 우~~~

또 짜증이 올라왔다. 다시 영화관으로 올라갈 수도 없다 그녀 차량 뒤로 차들이 줄줄이 밀려있다.

주차비 만원을 정산하고 나와, 맛있는 샤브로 점심을 먹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퇴근해 온 아들이 묻는다. "오늘 어땠어요?" 즉 오늘 본 영화와 하루 일과를 묻는 것이다.

그녀는 영화관에서 있었던 일을 대충 설명했다. 자세히 이야기해 봐야 엄마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얘기할게 뻔하니까...


그녀도 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똑같이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적으로 느려지고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생대학에서 하는 새로운 수업에 등록해 지속적으로 배움에 정진하지만 부족함을 다 채울 수는 없다. 남들보다 알고자 하는 것에 호기심도 많고 관심도 많기에 뭐든 배우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소홀히 하지 않음에도 시니어로써 느끼는 부족함, 소외감은 어쩔 수가 없다. 나이에 비례해서 세월이,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보다도 더 빨리 흘러가고 있는데 시니어들, 점점 나이 들어가는 노인들은 어찌해야할까? 각종 커뮤니티 센터에서 노인들을 위해 디지털 도구 활용법을 가르치고는 있지만 모든 어르신들이 참여해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점점 나이가 들어가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부의 진심은 그녀도 어려움을 겪는데 다른 어르신들은 오죽하겠는가, 도와줄 도우미를 둘 수 없다면 설명서라도 상세히 차근차근 따라 성공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그녀를 포함 모든 시니어, 더 나이 드신 어르신들 기죽지 말고 모르면 주위에 물어봐서라도 헤쳐나가길, 한 걸음씩이라도 앞으로 전진하기를, 새해에는 조금이라도 발전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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