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다.
온라인에 글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는 일이 좋다.
글을 쓸 때면 자유와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몇 년 전, 개인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공황장애로 휴직하던 당시,
직장 내 괴롭힘의 기억이 머릿속을 지배해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나는
매일 밤, 글을 썼다.
내용은 회사생활을 중심으로 한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글의 서두는, 내가 신규직원이었을 때 겪은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었다.
회사에 말할 수 없었기에, 나와 같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익명으로 쓴 글이었기에 나는 그것이 표현의 자유라 여겼다.
그러나 가해자는 그것을 명예훼손이라 주장했고, 결국 나를 고소했다.
나는 내 글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했다.
가해자가 나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처음엔 분노했다.
그는 내가 망상장애라며, 글의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했고
주변에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소문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업무일지와 상담센터 기록에는
그의 괴롭힘이 명백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의 증거를 제대로 봐주지 않았다.
사회는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그의 말만 들었다.
내가 그에게 “죽을 것 같다”며 괴롭힘을 멈춰달라고 보낸 편지는 협박이 되었고,
그가 나에게 보낸 “부정취업 사실을 국회와 언론에 알리겠다”,
“망상장애”라는 조롱이 담긴 메시지는 협박이 되지 않았다.
나는 눈물과 피로 얼룩진 주먹으로 벽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느낌이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나조차도 내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숨을 죽였다.
내가 멈추면, 그도 멈출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침묵은, 그의 말이 곧 진실이라는 증거처럼 받아들여졌다.
치료를 받으며 정신을 가다듬고 상황을 직시했을 때,
나는 사회적으로 망상장애자로 낙인찍혀 있었다.
물론 나는 그런 진단을 받은 적 없고 한 쪽의 일방적 주장이었다.
내가 살아온 모든 길이 부정당한 것 같았다.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은
더 이상 지금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조언이었다.
나는 내가 살아온 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상처로 굳은 주먹을 다시 움켜쥐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도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저 내 안에만 담아두기엔, 너무 큰 이야기들이었다.
한 달 동안 글을 올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그 대신 일기장에 글을 써내려갔다.
하지만 나는 결국, 타자를 치고 싶었고
사람들과 다시 소통하고 싶었다.
예전처럼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순진하게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쓰기로 했다.
완전한 자유가 없는 글.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