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서른 번 째 이야기
나에게 맞는 약을 찾기까지는 약 5개월이 걸렸다. 완전히 맞는 약을 찾기까지는 꼬박 1년이 필요했다.
하지만 불면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남들이 모두 잠든 고요한 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책의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드라마의 대사도, 사람들의 대화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세상과 단절된 채,
병원이나 상담센터에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그저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 지냈다.
어느 날 밤, 악몽이 두려워 도무지 잠에 들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때 문득 상담사의 말이 떠올랐다.
“무엇을 좋아했는지 생각해보세요.”
나는 홀린듯이 부엌으로 가서 빈 종이에 내 이름을 적고,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둘 써내려갔다. 마치 브레인스토밍을 하듯이.
종이는 금세 글씨와 작은 그림으로 빼곡해졌다.
나는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뇌 속 어딘가,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던 이야기들이 손끝을 타고 쏟아져 나왔다.
그 기억들은 어제 일처럼 선명했고, 동시에 고통스러웠다.
빠른 타자 소리가 방 안을 채웠고, 약에 취해 있던 심장은 그 리듬에 맞춰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 밤, 나는 단편 에세이 한 편을 완성했다.
제목은 〈하이브(hive)〉.
지옥 같았던 시간을 담아낸 글이었다.
쓰고 나니 감정이 조금은 해소됐다.
그저 멍하니 밤을 새우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었다.
당시 협소한 집에서는 작은 아일랜드 식탁에서 불편한 자세로 글을 써야 했다.
결국 나는 결정을 내렸다.
소파를 중고로 팔고, 그 자리에 작은 책상과 의자를 들여놓았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