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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서른 두 번 째 이야기

by 라라클

정신없이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장은 내게 조금 더 쉬는 것을 권했다.


내가 맡았던 업무는 대체 인력이 수행하고 있었지만, 정규직 중 누구도 그 일을 맡고 싶어하지 않았다.

현 상황을 정리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나는 실장의 제안에 고민했다.

나 역시도 회사로 돌아가는 것과 공황발작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의사와 논의 끝에 병가를 6개월 추가로 연장했다.


제출한 서류 중에 내 심리상담 소견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이라는 표현이 명시되어 있었다.

업무 담당자는 이 문구가 포함되면 공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나는 삶에 대한 의지도 희미한 상태였고, 인지 능력도 떨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장내괴롭힘 조사에 관심이 없었다.

결국 심리상담 소견서는 제외하고,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서만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 6개월은 나에게 맞는 약과 상담치료에 집중했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6개월은 현재 치료와 상담을 이어나가되 나를 되찾는(혹은 찾는) 시간으로 갖기로 했다.


블로그에 나의 경험담을 적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얘기 못하는 속 얘기를

나와 같은 직장인들과 소통하고 싶었고 위로하고 싶었다.


직장 밖의 나의 삶을 만들라는 의사의 말에

글쓰기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친한 동료가 안부차 연락을 해왔다.

내가 맡았던 업무는 이제 2인 체제로 운영되며, 보조 인력까지 붙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전혀 놀랍지 않았다.


윗선의 구조적 무지와 무관심은 또다시 나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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