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막을 시작하며...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항상 어떤 문제에 대해 의문을 품었고, 때로는 타협을 하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러한 성향은 연구자로 일할 때는 충분히 발휘되었다.
하지만 사무직으로 전향한 이후부터는 내 생각을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보수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는 개인의 의견이 집단을 위협하는 요소로 여겨지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한 존재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정해진 방식대로만 일하게 되면 노동자로서 나의 주체성과 정체성은 점차 희미해진다.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다.
직원평가는 늘 특정인들에게만 ‘높음’ 등급이 돌아갔고, 우수직원으로 추천되는 이들도 정해져 있었다.
어떤 해에는 “조금 더 열심히 하라”는 이유로 낮은 등급을 받아 급여와 상여금이 줄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노력의 방향이 아니라 ‘재량’이라는 단어 하나로 누군가의 개인적 판단이 성과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직장 내 괴롭힘, 불공정한 인사평가와 인사이동 속에서
나는 점점 지쳐갔고, 결국 번아웃과 공황장애를 겪으며 깊은 무력감에 빠졌다.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과정은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했고, 그 질문들 속에서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노동자로서의 나만의 업무 철학을 조금씩 세울 수 있었다.
업무 철학이 생기자 목표가 선명해졌다.
어떤 갈등 상황에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해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결국 글쓰기는 나를 지탱해주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고, 오늘의 나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업무 철학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이며, 결국 나답게 일하고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