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s story _ 01
나는 개인상담을 요청하셔서 상담실로 찾아오시는 분들보다 워크숍이나 세미나에 참여하는 분들과 색으로 작업하며 많은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이유는 개인 상담은 정신역동을 근간에 두고 무의식을 살피며 더 내밀하고 지난한 과정이라면 집단에서는 자신의 무의식을 개방하기보다는 다소 방어적일 때도 있고 짧은 시간에 모든 사건을 다 다룰 수는 없기 때문에 무의식의 저항을 줄여주고 안전하게 자신을 탐색할 수 있는 색과 그림을 함께 사용한다.
색채와 그림을 통해 내면을 탐색하는 작업을 처음 경험하는 많은 이들에게 낯설고 생소한 작업이다.
어떻게 칠하고 표현해야 할지 난감함을 표현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것은 색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일들이 익숙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은 의미이기도 한 듯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시간이 지나며 작업에 집중하게 되고 자신도 몰랐던 기억을 색을 통해 표현해내기 시작한다.
유독 작업을 시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미연씨.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면 상량하게 설명해주고 도와주며 정적 자신을 나타내는 작업에서는 오랜 시간 같은 지점에 머물러 고민하고 있는 그녀를 마주한다.
“어떤 나를 표현하고 싶으세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요...”
조심스럽게 그녀가 말 문을 연다.
나는 잠시 멈춰 그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그녀가 싫다고 느끼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두려움과 부정적 감정에 대해, ‘꼭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그녀의 신념과 마음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삶이 고단한 엄마를 위하는 착한 딸이었던 미연씨. 힘들어하는 엄마는 늘 위태롭고 우리를 두고 도망갈 것 같다고 했다. 그녀도 모르느 사이 그녀의 내면에서는 엄마를 힘들게 하던 동생과 자신을 비교하며 동생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 나쁜 아이의 위치로 자신은 엄마를 돕고 위로하는 착한 아이라는 위치에 놓았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수에도 그녀의 어머니는 때론 그녀에게 더 모질고 차갑기만 했다. “너도 엄마를 힘들게 할 거니? 이렇게 할꺼면 그냥 너희 끼리 살아! ”
그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녀는 언제나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런 나를 마주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더 이상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럴 때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고 화도 난다고 하였다. 타인에 초점이 맞춰진 삶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다는 그녀.
그리곤 시작한 작업.
푸르른 들판에 서 있는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 주변에서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미연씨에게..
나에게는 상처가 되고 보고싶지 않은 나의 그림자 였던 ‘착한 아이’ 그러나 어쩌면 그 모습이 나를 지키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나만의 보호 장비였을 수 도 있지 않을까. ‘착한 아이’가 싫어 버리고 외면하며 그만하는 것이 아니라 결핍과 상처로 버티며 성장한 ‘착한 아이’와 함께 성숙해지는 길을 가길 응원해 본다.
*비밀보장원칙에 따라 글에 나오는 이름은 실제 인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