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 케이블카, 천문과학관 방문하고 타우포로 이동
웰링턴 이틀차이기도 남섬 로드트립 13일차 주요 일정은 웰링턴 반나절 시티투어와 다음 목적지인 타우포로의 이동이다.
웰링턴에 왔으면 이곳의 명물인 케이블카를 지나칠 수 없다. 시티 중심의 램턴키에서 출발, 켈번 전망대까지 오르는 610m 길이의 케이블카로 언덕을 레일을 타고 비스듬히 오르는 트램 형태다. 1902년 개통돼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언덕 위 산복도로 마을과 도심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이자 동시에 최고의 관광상품이기도 한 웰링턴의 상징적 문화유산이다. 전체 운행 길이는 짧지만 곳곳에 정차역을 둬 주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앤틱한 분위기의 빨간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웰링턴 시내를 조망한 뒤 언덕 위 있는 케이블카 박물관에서 케이블카의 역사를 되짚었다. 초중기 형태의 트램은 실물 모형으로 전시돼 직접 타볼 수 있다. 초기 케이블카 건설 과정과 당시 사진, 초기와 지금의 레일 변화, 기술 변화 등을 전시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케이블카 박물관에서 나와 언덕 위에 조성된 웰링턴 보타닉 가든에서 잠시 산책한 뒤 천문과학관인 Space Place로 향했다. 보타닉 가든 내 조성된 천문과학관이다. 일반 입장료를 내고 전시물만 관람해도 좋으나, 천문영상관에서 진행되는 우주 관련 영상물을 시청하는 프로그램(플래니타리움)에 등록하는 것이 더 알차다. 우리는 오전 11시 시작하는 아폴로11호 유인 달 탐사선의 성공적인 달 착륙기를 다룬 영상물을 봤다. 거의 눕는 의자에 앉아 천장의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영상물을 즐길 수 있다.
미국과 소련 간 치열한 우주 경쟁의 역사, 아폴로11호 달 탐사선의 구동 원리, 닐 암스트롱 등의 인류 최초 달 착륙 순간을 영상물로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인류 최초로 지구 외 천체에 발을 디딘 이들이 남긴 말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이 화면에 뜨자 뭉클함이 올라왔다.
토마스 쿡이 1867년 영국에서 만들어 뉴질랜드로 가져와 천체 관측의 새 장을 열었다는 당시의 천체망원경,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천체관 ‘마타리키(Matariki, 9개의 주요 별로 이어진 별자리’, 우주에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우주선 체험 등 전시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로웠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Space Place는 일정에 넣을 것을 추천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도심으로 내려와 세련된 느낌의 웰링턴 시내를 구경하고 푸드홀에서 간단히 요기한 뒤 다음 목적지인 차량으로 6시간 거리의 타우포로 이동을 서둘렀다. 이날 타우포를 비롯, 북섬 곳곳에 호우경보가 내렸기 때문이다. 웰링턴에서도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가는 길은 험난했다. 특히 사막(Desert)로드, 볼케이닉루프(Volcanic Loop) 하이웨이를 지날 때는 아찔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양동이로 퍼붓듯 폭우는 쏟아지고, 벌써 해가 져 깜깜하고(뉴질랜드는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가로등이 없다), 안개도 가득해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다른 방향에서 오는 큰 트럭들이 지나면서 물을 쫙 뿌리고 가는 일도 허다한 데다 꼬불꼬불한 경사도 극강의 협곡길까지 이어져 이날 운전은 공포, 그 자체였다. 북섬으로 넘어오면 결빙 구간이 없어 운전이 쉬울 것이라고 방심하고 긴장을 놓았는데 한 방 먹은 셈이다. 이번 로드트립에서 운전이 가장 힘들었던 구간은 단연 복편의 북섬 사막로드 일대였다.
거북이 운전을 한 끝에 오후 7시가 넘어 타우포 숙소로 천신만고 끝에 도착했다. 숙소 내 식당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다가 같은 테이블에서 만난 외국인과 얘기를 나눴다. 놀랍게도 동선이 우리와 겹쳤다. 아일랜드에서 4주간 여행 왔다는 22살의 이 친구도 픽턴에서 페리를 타고 웰링턴으로 넘어온 뒤 타우포까지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런 우연이!”를 외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특히 폭우 속 이동이 너무 공포스러웠다는 데 동의했다. 폭우에 안개까지 심한 날씨는 처음 경험했다니, 아일랜드에서는 이런 날씨가 흔하다면서도 그래도 무서웠다고 했다. 이날 운전은 이번 로드트립의 마지막 ‘허들’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