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주차 딱지 받은 썰

두 번 받고 두 번 면제되다

by 오클랜드방랑자
KakaoTalk_20250806_082148251.jpg 뉴질랜드 주차 위반 고지서.


뉴질랜드에 와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 중 하나가 주차가 대부분 무료라는 점이다. 시티 도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주차비를 받는 곳이 거의 없다. 한국은 어딜 가나 주차비가 비싸고, 주차할 데도 부족해 큰 스트레스인데 여긴 그렇지 않다. 역시 땅이 넓으니 이런 여유가 있는 듯하다.


다만 주차비를 안 받더라도 시간제한은 있으니 주차할 때 notice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가령 내가 자주 가는 쇼핑몰은 4시간이 무료 주차라서 4시간 후에는 반드시 차를 빼야 한다. 같은 자리에서 4시간 이상 주차하면 과태료 고지서를 받을 수 있다. 주차 팻말에 'P90'이라고 돼 있으면 90분 무료 주차가 허용된다는 말이다. 팻말에 적힌 화살표를 잘 살펴 90분 무료 주차 구간이 어디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허용 구간 밖에 주차하면 위반이다. P$ 팻말이 있는 곳은 유료 주차라는 뜻이니 반드시 페이머신에서 결제를 해야 위반 딱지를 받지 않으니 유의하자.


뉴질랜드에 온 뒤 지난 6개월간 주차 위반(parking breach) 과태료를 두 번이나 받은 '썰'을 풀어볼까 한다. 과태료 고지서를 두 번이나 맞았지만 결론적으로는 항소(appeal)를 통해 두 번 다 면제됐다. 과태료가 만만찮은 돈이었는데 운 좋게 두 번 모두 물지 않아도 돼 가슴을 쓸어내렸다.


첫 번째로 주차 위반 고지서를 받은 건 자주 가는 쇼핑몰에서였다. 이곳은 4시간이 주차 최대 제한 시간이다. 해당일 4시간 되기 10분 전쯤 차를 빼서 인근 대형 마트로 가 물품을 산 뒤, 점심식사를 하고자 다시 이곳으로 와서 비슷한 자리에 차를 댄 것이 화근이었다. 뉴질랜드 외곽 쇼핑몰은 대부분 입차 및 출차시간이 자동 입력되지 않고(입출구에 차량 차단 바가 없음), CCTV도 없어 직원이 순찰하면서 시간 위반을 했다고 판단하면 딱지를 주는 방식이다. 가령 순찰 중인 직원이 오전 10시에 본 차량이 오후 2시에도 같은 자리에 있다고 확인하면 딱지를 주는 것이다.


나는 비슷한 자리에 차를 대 같은 자리에 주차한 것이라고 보고 직원이 주차 위반 고지서를 올려놓은 듯했다. 과태료도 45NZD(3만7000원)나 됐다. 이의 제기가 필요하다고 판단, 고지서 내 안내된 온라인 사이트에서 appeal 절차를 밟았다. 위반 넘버와 간단한 인적사항을 입력한 뒤, 항소 내용, 항소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진 등을 첨부해서 제출했다.

‘같은 자리에서 4시간 이상 주차하지 않았고, 차를 뺐다가 이곳에서 소비를 하고자(점심식사) 다시 왔고, 분명 다른 장소에 주차했으므로 4시간 주차 위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등 내용으로 구구절절 해명했다. 답변은 다음 날 바로 왔다. ‘너의 항소 내용이 정당하므로 과태료는 면제된다’는 것이었다.


한 번 소동을 겪자 다음 주차부터는 신경이 쓰였다. 제한 시간(지역별로 90분, 180분, 240분 등 다양) 전에 차를 빼서 애초 주차한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다시 주차를 하는 방식으로 주차 위반을 피했다.


그 뒤로 한참 잠잠했는데 최근 다시 주차 위반 고지서가 집으로 날아왔다. 최근 로드트립 때 웰링턴에서 주차 위반을 했다는 것으로 ‘주차비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85NZD(7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기일 내 내지 않으면 과태료는 105NZD로 올라간다는 내용이었다. 분명히 페이머신에서 결제했는데, 승인(approved)을 확인하지 않았나? 덜컥 겁이 나서 카드 내역서를 뒤졌다. 당시 8.6NZD가 빠져나갔음을 확인한 뒤 항소서를 썼다. ‘몇 시 들어와서 몇 시 출차했으며, 영수증은 프린트하지 않았지만 내 카드 내역에 분명히 출금됐다고 뜨니 미결제로 인한 주차 위반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항소서를 다시 제출했다.


이틀 뒤 답변이 왔다. ‘이 주차장은 입장 시 주차비를 선결제하는 곳이므로, 위반이 맞다. 주차장 입구 notice에 써놓았는데 확인하지 않은 것은 당신 잘못이다’는 내용이었다. 아차 싶었다. ‘선결제를 하는 곳도 있다니! 빼박 과태료를 내야겠구나’ 생각하면서 레터의 다음 문단을 읽어 나갔다. ‘그러나 당신의 잘못은 맞지만 이번 한 번만은 과태료를 면제해 주겠다.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는 허용하지 않으니 notice를 반드시 확인하라. parkmate 같은 앱을 사용하면 실수 없이 편리하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주차 제한 시간을 어기지 않을 것, 일반적인 후결제 방식이 아닌 선결제(입차 및 출차 시간을 미리 입력하고 미리 결제)를 하는 유료 주차장도 있으니 반드시 notice를 확인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리고 주차나 과속 등 위반 고지서를 받았을 때 조금이라도 해명할 부분이 있으면 항소서를 제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뉴질랜드의 유료 주차장은 공영 주차장이 싸고, wilson 같은 사설 주차장은 가격이 좀 더 높다. 오클랜드 도심(CBD)의 경우 Downtown, Civic, Victoria Street 주차장이 대표적 공영 주차장이다. 주중은 비싼(시간당 5NZD가량) 데다 reserved 자리(월주차)가 많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casual parking 자리를 찾기가 힘들지만, 평일 오후 6시 이후 또는 주말은 저렴하고(종일 10~12NZD) reserved 자리에도 댈 수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Victoria Street 주차장은 오클랜드미술관, 스카이타워와 가깝고, Downtown 주차장은 바이덕트(Viaduct) 항구 쪽으로 갈 때 이용하기 편리하다. 시청사나 오클랜드타운홀, 극장(The Civic, Aotea Centre) 등으로 가려면 Civic 주차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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